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대통령의 한·일 관계 설명…쌍방향 소통이면 더 좋았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일관계 정상화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일관계 정상화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적 이익 위해 최악의 양국 관계 방치할 수는 없었다”

설명 더 빨랐어야…일방적 전달보다 회견이 더 바람직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대일 외교 논란에 대해 직접 설명했다. 20분 넘게 생중계된 대통령의 모두발언은 한·일 관계에 관한 대국민 담화 수준이었다. “만약 우리가 현재와 과거를 서로 경쟁시킨다면 반드시 미래를 놓치게 될 것”이란 윈스턴 처칠의 말로 발언을 시작한 윤 대통령은 1965년 박정희 대통령의 양국 국교정상화와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거론하며 “당당하고 자신 있게 일본을 대해야 한다”고 했다. “저 역시 눈앞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편한 길을 선택해 역대 최악의 한·일 관계를 방치하는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다”며 징용 해법이 자신의 결단임을 부각했다.

지난 6일 정부의 징용 해법 발표 이후 윤 대통령이 우리 국민을 상대로 직접 설명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래를 위한 결단”이란 설명에도 불구하고 비판 여론이 잦아들지 않고, 국정수행 지지율 하락을 부르는 현 상황을 스스로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민감한 대일 외교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나서 국민의 이해를 구하겠다는 자세는 바람직하다. 국민 입장에서도 대통령실과 정부 관계자들보다 결단의 당사자인 대통령에게 직접 설명을 듣는 편이 이해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아쉬운 대목도 있다. 지난 6일 정부의 징용 해법 발표 이후 보름 만에야 이런 기회가 마련됐다는 점이다. 일본을 찾기 전에 국민에게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밝혔다면 극심한 여론의 분열을 조금이나마 완화시켰을지 모른다. 또 국민의 이해를 높이겠다는 목적이라면 대통령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담화가 아니라 언론인들과의 문답이 포함된 쌍방향 소통의 기자회견이 더 바람직했을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야당이 아닌 일반 국민 사이에서도 정부의 징용 해법이나 방일 성과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 더 많다. 총리의 직접 사과는 건너뛴 일본 정부의 부실해 보이는 호응 수준, 정상 간 대화를 둘러싼 혼선 등 국민적 우려에 대한 대통령의 성실하고 진솔한 설명을 원고에 더 담았어야 옳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4월 미국 국빈 방문, 5월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로 이어질 향후 정상 외교의 성공 역시 국민적인 공감대를 얼마나 얻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국무회의 발언을 계기로 대통령이 더 적극적으로 대국민 소통에 나서 주길 기대한다.

야당 역시 국익이 걸린 외교 문제에 더 이상 정략적으로만 대응해선 안 된다. 모두가 알다시피 한·일 관계는 지난 문재인 정부하에서 위안부 합의의 사실상 파기 등 역대 최악으로 전락했었다. 자신들의 책임에는 일언반구 성찰도 없이 도를 넘은 정치 공세만 편다면 윤 대통령 말대로 “배타적 민족주의와 반일을 외치며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 한다”는 국민적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