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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출, 주요 대상국 10곳 중 미국 빼고 모두 마이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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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무역수지 적자의 늪이 깊어지고 있다. 아직 3월이 지나지 않았는데 올해 적자가 벌써 지난해의 절반 넘게 쌓였다. 수출은 승용차·미국을 빼고 줄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6개월 연속 감소가 유력하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3월 1~20일 수출액은 309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7.4% 감소했다. 조업일수(지난해 13.5일, 올해 14.5일)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23.1% 줄면서 감소 폭이 더 커졌다. 수입액은 373억 달러로 같은 기간 5.7% 줄었다.

수입보다 수출이 많이 줄면서 이달 들어서만 무역적자가 63억2000만 달러 쌓였다. 적자 추세가 월말까지 이어지면 지난해 3월 이후 13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이는 1995~1997년 이후 25년여 만이다.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241억 달러(약 31조5000억원)로 집계됐다. 1분기도 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 전체 적자(478억 달러)의 절반을 넘어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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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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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 둔화 등에 따른 수출 한파는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10월(-5.8%) 이후 반년째 감소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이달 20일까지 누적된 올해 수출액도 1274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3.4% 감소했다.

특히 수출 버팀목으로 꼽히는 반도체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달까지 7개월째 역성장 중인 반도체 수출은 3월 들어서도 44.7% 급감하면서 반 토막이 났다. 수요 부진과 메모리 단가 하락 여파가 지속하면서다. 지난해 5~6월 3.35달러였던 D램 고정가는 올 1~2월엔 1.81달러까지 떨어졌다.

반도체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10대 수출품목 가운데 승용차(69.6%)를 제외한 나머지 9개 품목의 수출이 1년 전보다 감소했다. 그나마 소폭 줄어든 자동차 부품(-4.5%)을 빼면 8개가 두 자릿수 감소율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가별 수출 통계도 어둡긴 마찬가지다. ‘1위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6.2% 감소했다. 대(對)중국 수출 감소세는 지난달까지 9개월 연속 지속되고 있다.

주요 수출국 10곳 중에서 수출이 늘어난 건 미국(4.6%)이 유일했다. 다만 원유(-10.3%)·가스(-23.1%) 등 에너지원 수입이 주춤하면서 무역적자가 더 악화하는 걸 피했다.

수출과 무역수지가 빠르게 반등하지 않으면 경상수지 악화·고용 둔화 등 국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월간 무역적자 기록(-125억1000만 달러)을 세운 1월엔 경상수지 적자 폭도 45억2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찍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수출 확대와 기업 지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김꽃별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자금난과 통상 마찰 우려, 채산성 악화 등 기업들의 고민이 깊은 만큼 수출 기업을 위한 금리 부담 완화, 신용보증 확대 같은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하반기 수출 호재가 있지만 동절기로 갈수록 에너지 수입도 늘기 때문에 무역수지가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 같다. 무역적자가 계속 늘면 경상수지 악화로 이어지고 환율·물가도 들썩일 수 있다”면서 “국내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정부는 내수 부양과 수출 확대에 정책적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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