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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에 남의 재판 녹취록 올린 이재명…재판부 "있어선 안될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8년 10월 25일 방북 결과를 발표하는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 사진 경기도

2018년 10월 25일 방북 결과를 발표하는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 사진 경기도

“민주당 이재명 대표 페이스북 페이지에 이 사건 증인신문 조서 일부가 게시되었습니다. 매우 부적절합니다.”

21일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 심리로 열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 말미, 검찰 측은 “재판부에 드릴 말씀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검찰은 이날 증인신문을 모두 마친 뒤 재판부에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전 비서실장 A씨의 공판 증인신문 조서 일부가 이재명 대표 페이스북 페이지에 그대로 게시된 경위를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계 없는 이재명 대표가 증인신문 조서를 확보해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매우 부적절하다”며 “해당 증인신문 녹취서는 재판부와 변호인, 검찰만 열람등사가 가능한 자료로 본건 소송과 무관한 제3자에게 제공된 경위를 확인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재판부 “소송 서류 유출…있어서는 안 될 일”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화영·방용철 피고인의 변호인이 열람복사를 신청해 허가한 바 있다”며 “검찰 측의 주장은 일리 있고, (소송 서류를 게시한 행위는) 매우 부적절하다. 진행 중인 형사재판의 소송 서류가 외부에 노출되는 일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절차 중에 소송 행위 이외에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가 있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에 나온 증인신문 녹취서를 그대로 올렸다. 이재명 대표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에 나온 증인신문 녹취서를 그대로 올렸다. 이재명 대표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이 대표가 페이스북에 게시한 소송 서류는 지난 1월 이 전 부지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A씨의 증인신문 녹취서다. 당시 공판에서 A씨는 “지난 증인 출석 때 김성태 회장과 이재명 대표가 가까운 사이라고 말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는데, 매우 곤혹스럽다”며 “둘의 친분은 들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A씨가 ‘들은 이야기’라고 한 부분을 부각해 진술 신빙성을 떨어뜨리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날 재판에서 검찰 측과 재판부 모두 이 사건과 상관없는 이 대표가 증인신문 녹취서를 입수해 무단 공개한 것을 두고 부적절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재강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쌍방울그룹과 이화영 전 부지사가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대표의 방북을 추진했다는 의혹에 대해 “불가능한 일”이라며 부인했다. 특히 이 전 장관은 “2019년 가을 방북을 시도했다면 ‘정신병자’”라고까지 단언했고, 이재강 전 부지사도 “경기도가 꾸준히 방북을 요구한 사실을 아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속된 말로 (신세) 망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2019년 경기도 평화정책자문위 위원장을 맡았다.

이화영 측 증인 “쌍방울 듣도 보도 못해”

이재강 전 부지사는 이화영 전 부지사의 후임자로 2020년 5월부터 이재명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면서 경기지사에서 퇴임한 2021년 10월까지 평화부지사를 지냈다. 이날 검찰은 이재강 전 부지사를 상대로 남북관계 경색 국면에도 경기도가 이재명 대표의 방북을 추진한 경위에 대해 추궁했다. 하지만 이재강 부지사는 “(재임 기간) 쌍방울에 대해 들은 적이 없다”며 “(대북사업은) 통일부 승인이 있어야 해 경기도와 쌍방울이 합작하고 (남북교류협력) 기금을 지원한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난 17일에 이어 이날 또 증인으로 출석한 이종석 전 장관은 “남북 분단 상황에 남측 기업이 북한에 돈을 주는 행위는 매우 위험하다. 북한에 돈을 쉽게 줄 수 없기 때문에 (북측 인사 입장에선) 신뢰 있는 대북지원사업자가 지정한 기업이 현금을 주겠다고 하면 김성혜보다 더한 사람도 만날 수 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에 검찰은 이재강 전 부지사와 이 전 장관이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경기도 평화정책자문위원회 회의록을 근거로 이 전 부지사나 경기도가 쌍방울그룹을 북측에 보증한 것 아니냐고 집중 추궁했다. 하지만 이 전 장관은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교류협력 사업의 지향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뿐 쌍방울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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