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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폭력 피해 나와 4살 딸 숨지게한 친모…무기징역 구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8면

아빠의 폭력을 피해 경북에서 부산으로 온 4살 여아가 엄마의 방임과 학대로 숨졌다. 사망 경위를 조사하던 중 친모가 성매매를 강요받는 등 성적으로 착취당한 정황도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14일 오후 7시40분쯤 부산 동래구에 있는 종합병원에 심장이 멎은 어린 여자아이가 실려 왔다.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응급실에 온 아이는 의료진 처치에도 결국 숨을 거뒀다. 아이는 4살인데 몸무게가 7㎏도 되지 않았다. 신장도 87㎝에 불과해 또래 평균(키 104.6㎝·몸무게 17.1㎏)에 한참 못 미쳤다. 숨진 아이의 얼굴과 몸에서 멍 자국 등 상처를 발견한 의료진은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에서 친모 A씨(20대)가 실제 아이를 학대한 사실이 드러났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A씨는 본래 경북에 살다가 2020년 9월쯤 남편의 폭행에 못 이겨 아이를 들쳐 안고 부산으로 왔다. A씨에겐 친구가 없었으며, 가족도 오래전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그는 평소 온라인 육아 카페에서 가깝게 교류하던 20대 여성 B씨가 부산에 산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A씨는 딸을 데리고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는 듯한 B씨 집으로 향했다.

B씨 집에 더부살이한 지 2년여 만에 A씨 딸은 숨졌다. 엄마의 폭행에 눈이 멀다시피 한 상황에서 6개월간 하루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배가 고프다고 칭얼거리는 딸을 폭행한 A씨는 입에 거품을 무는 등 이상 증세를 보이는데도 딸을 제때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경찰은 아동학대살해죄를 적용해 A씨를 구속 송치했다. A씨 모녀와 함께 살던 집주인 B씨는 “A씨가 아이를 때릴 때 모른 척한 적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행당한 아이가 입에 거품을 무는 증세를 보일 때도 A씨의 아동학대 사실이 알려질까 봐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는 게 B씨 주장이다. 경찰은 B씨가 딸을 학대하는 A씨를 300번 넘게 방관한 것으로 파악했다.

친모 A씨와 집주인 B씨 진술을 확인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한 경찰은 이들 사이에 상당한 액수의 돈이 오간 정황을 확인했다. 추가 조사에서 또 다른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A씨는 B씨 강요에 못 이겨 성매매했다고 진술했다. 계좌 명세 등을 추적한 경찰은 A씨가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성매매를 했으며, 대금으로 받은 돈을 1억원 넘게 B씨에게 송금한 것으로 파악했다. 딸이 숨진 당일에도 성매매가 이뤄졌다.

경찰은 B씨가 이 돈을 생활비 및 채무 변제에 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자신에게 크게 의존한다는 점을 악용해 B씨는 일종의 가스라이팅(세뇌)을 통해 A씨 심리를 장악하고 성매매를 종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아동학대 행위를 방조하고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B씨를 구속해 검찰에 넘겼다.

친모 A씨 재판은 부산지법에서 진행되고 있다. A씨는 재판에서 혐의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검찰은 “피해 아동이 느꼈을 극심한 고통을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A씨 학대가)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행동인지 의문이 든다”며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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