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뮤지컬도 4D 시대...뮤지컬 '비밀의 화원' 꽃내음 퍼지자 객석에선 탄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나는 살 수 없을 거란 말들, 모두가 틀렸는지 몰라. 씨앗을 심으면 싹이 나듯이, 봄이 오면 꽃이 피어나듯이, 할 수 있어. 아무도 몰라. 우리의 한계."

뮤지컬 '비밀의 화원'의 한 장면. 후원자의 선택을 받지 못해 상심한 찰리를 에이미가 위로하고 있다. 사진 국립정동극장

뮤지컬 '비밀의 화원'의 한 장면. 후원자의 선택을 받지 못해 상심한 찰리를 에이미가 위로하고 있다. 사진 국립정동극장

귀족 출신 도련님이지만 몸이 허약해 온종일 방에 누워있는 콜린은 사촌인 말괄량이 메리를 만나 절규하듯 노래 부른다. 메리는 그에게 휠체어 밖의 세상을 보여주는 히로인이다.

메리는 콜린을 비밀의 화원에 데려가 흙을 만지게 하고 씨앗을 심는 법을 알려준다. 제 세상인 양 화원 속을 마구 뛰어다니는 메리를 보며 콜린은 천천히 휠체어에서 일어나 두 발로 땅을 딛는다.

국립정동극장이 창작 초연으로 지난 10일 선보인 뮤지컬 '비밀의 화원'은 영국 출신 소설가 프랜시스 버넷이 쓴 동명의 소설을 각색했다. 1950년대 영국의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들이 각자의 길을 찾아 퇴소하는 과정을 그렸다.

주인공인 네 명의 배우가 모두 1인 2역을 맡는다. 배우 홍나현과 유낙원이 에이미·메리 역을 맡아 활발하고 사랑스러운 여주인공 연기를 선보인다. 동정심 많고 마음이 따뜻한 데보라·마사 역에는 박슬기·류비, 친구들과의 연기 놀이를 통해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여는 찰리·콜린 역에는 임진섭·정백선, 비글·디콘역에는 박선영·종형이 뽑혔다.

 뮤지컬 '비밀의 화원'의 한 장면. 사진 국립정동극장

뮤지컬 '비밀의 화원'의 한 장면. 사진 국립정동극장

현실 속에서 이들은 퇴소를 앞둔 보육원 출신 청소년이지만 연기 놀이를 할 때는 동화 '비밀의 화원' 속 귀족 소년·소녀가 된다. 극은 네 명의 친구들이 연극 놀이를 통해 동화 비밀의 화원 속 캐릭터로 변신하는 장면과 퇴소를 앞둔 우울한 현실을 번갈아 보여주는 액자식 구성으로 짜여있다. 연극 놀이를 통해 용기를 얻은 주인공들이 보육원 생활을 끝내고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난다는 이야기다.

뮤지컬 '비밀의 화원'은 창작 초연 뮤지컬임에도 숨겨져 있던 비밀의 화원이 무대 위에서 구현되는 장면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비밀의 화원이 모습을 드러낼 때 실제로 화원 안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극장에 싱그러운 풀 냄새, 꽃향기가 퍼진다. 후각적 자극은 무대 장치와 어우러져 관객의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소극장 공연으로는 드물게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기타로 구성된 라이브 밴드가 곡을 연주한다. 네 가지 악기는 주인공 4인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도구다.

이성준 음악감독은 "캐릭터와 악기를 짝 지어 음악을 만들었다"며 "통통 튀는 성격의 에이미는 바이올린의 피치카토(손으로 현을 뜯어 소리를 내는 주법)로,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찰리는 음역이 넓은 피아노로, 성숙한 데보라는 첼로의 묵직함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바람 소리, 새소리 등 배경 소리가 적절히 흘러나와 청각·후각·시각적으로 봄의 정원을 구현한다.

 홍나현(왼쪽), 박슬기 배우가 뮤지컬 '비밀의 화원'의 한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사진 국립정동극장

홍나현(왼쪽), 박슬기 배우가 뮤지컬 '비밀의 화원'의 한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사진 국립정동극장

라이브밴드가 숨어서 연주하는 다른 뮤지컬과 달리, 연주자들이 무대 오른쪽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음악이 캐릭터들의 성격을 드러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라이브 연주와 배우들의 연기가 어우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오른쪽 앞 열은 시야 방해가 있을 수 있다.

뮤지컬 리뷰 중에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주인공을 보며 용기를 얻었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할 수 있다고 외치는 아이들을 보며 응원을 받았다", "자극적인 요소가 없는 산뜻한 샐러드 같았다"는 호평이 대부분이다.

다만 성장 드라마라는 특성상 "다소 잔잔하고 지루하다", "아동극 같다"는 평도 있다. 인터파크 평점은 20일 기준 9.6점을 기록했다. 공연은 다음 달 30일까지 국립정동극장에서 볼 수 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