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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깬 두 여성, 오스카상 승자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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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양쯔충. [사진 더쿱]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양쯔충. [사진 더쿱]

할리우드 진출 24년 만에 첫 주연을 맡은 양쯔충(楊紫瓊·양자경·60)일까, 카리스마 넘치는 지휘자 연기로 배우 경력의 정점을 찍었다고 평가받는 케이트 블란쳇(53)일까.

13일(한국시간) 열리는 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박빙의 승부처로 꼽히는 여우주연상 부문 얘기다. 현지에서 수상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후보는 판타지 액션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이하 에에올)의 양쯔충과 최정상 마에스트로의 붕괴를 그린 음악 영화 ‘TAR 타르’(이하 타르)의 케이트 블란쳇이다.

올 초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선 각각 뮤지컬·코미디,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나누어 가진 둘은 공통점이 있다. 과거라면 남자 배우가 차지할 법한 역할을 맡아 열연하며 더욱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가 블란쳇과 양쯔충을 초청한 오스카 특집 대담의 제목도 ‘여성이 더 잘한다: 케이트 블란쳇과 미셸 여(양쯔충 영어 이름), 남성을 위해 만들어진 역할에서 상징적인 캐릭터를 창조하다’였다.

미국 차이나타운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가족의 위기를 다중우주 액션에 풀어낸 ‘에에올’이 당초 홍콩 스타 청룽(成龍·성룡)을 캐스팅하려다 불발한 뒤 양쯔충이 합류하며 주인공의 성별을 바꾼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양쯔충 자신의 배우로서의 삶과 필모그래피를 극중 다중우주 세계관에 녹여내 작품이 더 풍성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TAR 타르’에 나오는 케이트 블란쳇. [사진 유니버설픽처스]

‘TAR 타르’에 나오는 케이트 블란쳇. [사진 유니버설픽처스]

‘타르’ 역시 각본을 겸한 토드 필드 감독이 “백인 남성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5초 만에 파악 가능했을 이야기를 여성 지휘자로 바꿔 권력 그 자체에 대한 탐구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블란쳇 또한 “권력 구조를 얘기할 때 흔히 봐온 남성 위주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 영화의 뉘앙스를 더욱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는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지휘자 리디아 타르(케이트 블란쳇, 가상 캐릭터)가 독보적 마에스트로 자리에 군림하다 권력과 욕망에 눈이 멀어 붕괴하는 과정을 담았다.

이 영화로 지난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블란쳇은 동성 연인과 입양한 딸을 둔 어머니이자, ‘미투’ 고발로 몰락하는 제왕적 지휘자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마에스트로급 연기”란 호평이 나온다.

시상식을 나흘 앞두고 수상 예측은 ‘에에올’의 양츠충이 좀 더 우세한 분위기다. 9일 시상식 결과 예측 사이트 골든더비에 따르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부문에선 양쯔충이 블란쳇을 제치고 선두를 달렸다. 양쯔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의 전초전 격인 미국배우조합상(SAG) 시상식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차지한 영향도 크다. ‘에에올’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다 11개 부문(작품·감독·각본·여우주연·남우조연·여우조연 등)에 후보로 올랐다.

그럼에도 ‘타르’ 블란쳇의 기세도 만만찮다. ‘블루 재스민’(2013, 우디 앨런 감독)에서 뉴욕 상위 1% 부유층에서 빈털터리로 전락한 여인 재스민을 연기해 첫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그는 ‘타르’로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에 8번째 지명됐다. 이번에 다시 트로피를 거머쥐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얘기다. 아카데미 연기상은 배우들이 직접 투표하는 상인 만큼 동료 배우들에게 인정받아온 그가 두 번째 여우주연상을 품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13일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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