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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렉스·에르메스 꿀꺽…'김치 프리미엄' 눈감아준 NH선물 직원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외국인 투자자의 불법 외환거래를 도와주고 그 대가로 명품 시계와 가방 등을 챙긴 선물사 직원들이 재판을 받게 됐다.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부장검사 이일규)는 외국인 투기세력의 불법 외환거래를 도와준 NH선물 직원 5명을 외국환거래법 위반 방조 등 혐의로 기소하고, 해외로 도주한 외국인 투자자 등 2명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공조수사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롤렉스 시계·에르메스 가방·고가 와인 받아

검찰에 따르면 NH선물 팀장 A씨(42·구속기소)와 팀원들은 중국 국적 외국인 투자자 B씨(42)와 공모해 2019년 8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파생상품에 필요한 자금을 송금하는 것처럼 꾸민 자짜 자금확인서를 첨부해 송금신청서를 제출하는 수법으로 420차례에 걸쳐 5조7845억원 상당 외화를 송금했다.

또 이들은 2019년 8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B씨가 신고 없이 411차례에 걸쳐 1조2075억원 상당 외환을 입금하도록 해 미신고 자본거래를 도와준 것으로 드러났다.

팀장 A씨는 B씨 불법 외환거래를 도와준 대가로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3097만원짜리 롤렉스 시계, 1314만원짜리 에르메스 가방, 현금 1000만원, 424만1000원 짜리 고가 와인 접대 등 총 5835만1000원을 챙겼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팀원 C씨(39) 등 다른 팀원도 명품 가방이나 지갑·스카프 등 적게는 395만8000원에서 많게는 2807만9000원 정도 대가를 받았다. 선물사 직원들이 받은 금품은 총 1억1299만9000원 상당인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서 산 암호화폐 국내서 팔아 차익 챙긴 투기세력

검찰 조사 결과 B씨는 케이만제도에 투자회사를 설립한 뒤 해외에서 매수한 암호화폐를 한국 거래소에서 매도해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라고 불리는 차익을 거두는 수법을 썼다. 이런 수법으로 B씨는 7조원대 암호화페를 거래해 약 2500억원을 챙겼다.

국내에 살지 않는 B씨는 외국환 거래 규정에 따라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암호화폐 거래 수익금을 외화로 환전해 송금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에 B씨는 선물사 파생상품에 필요한 자금을 송금하는 것처럼 외화 송금을 신청했고, A씨 등 NH선물 직원들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B씨 회사로 외화를 송금하도록 도와줬다.

대구 수성구 대구지검 청사 전경. 김정석 기자

대구 수성구 대구지검 청사 전경. 김정석 기자

대구지검 관계자는 “수사 초기부터 해외로 도주한 B씨 범죄 수익을 환수하는 데 주력해 B씨가 해외에 설립한 펀드 명의로 보유하고 있던 113억원 상당 집합투자증권과 차명계좌에 보관 중인 예금 20억원을 추징 보전했다”며 “이미 보전 조치한 재산 외에 B씨가 국내에 보유 중인 재산이 있는지 계속 수사하고, 해외로 빼돌린 범죄수익을 환수하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팀장을 포함한 팀원 전체가 업무 관련자로부터 수천만원어치 명품 등을 수수하고 고가 와인 등을 받으면서도 이를 거부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팀원이 전혀 없는 등 도덕적 해이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다”며 “금품 수수 대가로 이례적 규모로 외환거래가 이뤄짐에도 회사에서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등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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