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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팬 플랫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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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전영선 기자 중앙일보 팀장
전영선 K엔터팀 팀장

전영선 K엔터팀 팀장

기자는 뉴진스 멤버들의 전화번호를 알고 있다. 진짜 번호는 아니고, 이들의 팬 플랫폼 ‘포닝’을 통해 연결 가능하다는 의미다. 콜 기능을 이용하면 실시간으로 채팅하면서 지금 어디인지, 아침으로 뭘 먹었는지를 물어볼 수 있다. 물론 다 답해준다는 보장은 없다. 개인 일정과 막 찍은듯한 사진을 볼 수 있다. 진짜 친구보다 더 많은 시시콜콜 개인사를 알게 된다. 단, 친구와는 달리 돈(월 9900원)이 든다.

K팝이 음악 시장에서 선보인 발명품·사업 모델이 여럿인데 그 중 요즘 가장 주목받는 것은 이런 팬 플랫폼이다. 인터넷 팬 카페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이젠 팬덤의 엄청난 에너지가 K팝 기획사가 주도하는 팬 플랫폼으로 모인다.

팬 플랫폼에선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측이 주도권을 쥐고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 하이브는 2019년 팬 플랫폼 위버스를 내고 80여개 팀(개인)을 입점시켰고, 누적 가입자를 6000만 명 가까이 모았다. 유·무료 소통을 제공하고, 굿즈와 콘서트 티켓을 파는 상점, 특별 콘텐트를 제공한다.

지난달엔 방탄소년단(BTS) 정국이 팔로워 5000만 명의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삭제한 뒤 위버스에서 “안 하게 돼 지웠다. 종종 위버스 라이브나 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인스타그램 운영사 메타 입장에선 무척 아까운 가입자 이탈이었을 것이다. SM도 2020년부터 유료 대화형 메시지 서비스 버블을 운영하고 있다. 형태는 다르지만 좋아하는 스타와 친밀한 교류를 살 수 있다는 점에서는 같다. 에스파 윈터의 어린 시절 추억담, 아이브 장원영의 응원을 받아 볼 수 있다.

SM 인수를 포기한 하이브는 “대신 카카오와 플랫폼 협력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측 모두 어떤 플랫폼에서 어떤 협력인지 말을 아끼고 있다. 실제로 하이브와 카카오·SM의 협력이 이루어진다면, 아마 팬 플랫폼에서의 협력일 가능성이 크다. SM 소속 연예인이 하이브의 위버스를 이용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상상 가능하다. SM의 대주주가 된 카카오의 핵심 서비스인 카카오톡을 활용한 팬 서비스가 나올 수도 있다. 1990년대 삐삐 시절부터 스타의 음성을 서비스 해 온 K팝 팬덤 사업이 이제 더 큰돈을 버는 구조로 진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