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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너미 한·일 새 이정표"…12년만의 셔틀 재개에 외신 주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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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만에 재개하는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방일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16일 저녁 정상회담을 앞두고 해외 언론들은 일제히 보도를 쏟아냈다. 이번 회담을 두고 "수년간 경색됐던 한·일 관계가 해빙되고 있다는 신호"라는 등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6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6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BBC는 한·일 관계를 '프레너미(frenemy·'친구(friend)'와 '적(enemy)'의 합성어)'라 표현하며 "이번 만남은 양국 관계의 새 이정표(milestone)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한국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만을 위해 방일하는 건 2011년 12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당시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이후 12년만"이라고 소개했다.

방송은 또 최근 한국 정부가 발표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을 거론하며 "이번 회담은 양국 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라면서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물로) 한국이 일본에 더 많은 것을 기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일 관계의 최대 난관을 풀기 위해 한국이 더 많은 걸 양보한 만큼 한국 정부가 이에 상응하는 일본의 성의 있는 응답을 기대한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오는 5월 주요7개국(G7) 정상회담을 준비 중인 일본 입장에선 전략적·외교적 승리라는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짚었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 확신시켜" 

BBC는 이날 윤 대통령의 출국을 앞두고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나서는 등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의 의미도 다뤘다. 방송은 "역내 북한과 중국의 위협이 커지는 가운데, 이는 미국에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며 "일본은 한국과 긴밀한 안보 관계를 통해 여전히 미국의 주요 동맹국임을 확신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13일 윤석열 대통령이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배석한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13일 윤석열 대통령이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배석한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도 한·일 관계의 해빙 신호가 미국과 관계에 미칠 긍정적 영향을 강조했다. 신문은 "역내 미국 동맹국 중 가장 강대한 양국이 사이좋게 지내며 중국에 대항하는 방벽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것이 미국 입장에서 중요하다"고 보도했다.

이어 "북한의 핵무기 계획과 중국의 군사적 야심에 따른 위협에 한·일이 기꺼이 협력해 대응할 용의가 있다는 의지가 이번 회담 개최에서 강하게 드러난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는 NYT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로 인한 에너지 문제, 중국의 위협 등 외부에서 벌어지는 일들로 인해 한·일 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정치적 위험 더 커" 

NYT는 이번 정상회담이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에게 미칠 국내 정치적 리스크에 대한 분석도 비중 있게 다뤘다. 신문은 "양국 내에서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던 문제들에 대해 국내 여론을 얼마나 진정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썬 기시다 총리보다 윤 대통령의 정치적 위험이 더 커 보인다"며 "한국 야당은'한·일 관계 사상 최악의 외교 참사'라 비판하고 있고, 한국인의 56%는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을 '굴욕 외교'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포스코가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남은 40억원의 기금을 납부한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재단 사무실의 모습. 뉴스1

포스코가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남은 40억원의 기금을 납부한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재단 사무실의 모습. 뉴스1

일본에선 지난 13일 교도통신 여론조사에서 일본인의 57% 이상이 한국 측의 해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오는 등 아직까진 여론이 호의적인 편이다. 하지만 신문은 "보수적인 비판론자들의 반대가 기시다 총리 입장에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와 관련, 일본 외무성 출신인 미야케 구니히코(宮家邦彦) 리쓰메이칸대 객원교수는 NYT에 "한·일 관계의 90%는 국내 정치"라며 "따라서 아무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정상회담에 앞서 발표된 양국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규제 해제 소식을 전하며 "이는 경색된 관계를 재건하고, 커지는 안보 위협에 맞서 함께 노력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라고 보도했다. 이어 "정상회담 당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이 지역 안보의 긴박함을 보여준다"며 "양국은 2018년 이후 중단된 양국 안보협력 대화의 재개를 확인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폐쇄적·배타적 소그룹 반대" 

한편 중국 외교부는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개별국가가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소그룹을 만드는 데 반대한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 기자의 관련 질문에 "중국은 일본과 한국 간 상호 움직임과 한·일 관계에 생긴 변화를 알고 있다"며 이같이 답했다.

그러면서 "중·일·한은 중요한 경제·무역 협력 파트너이며 지역·글로벌 생산·공급망의 안정적이고 원활한 흐름을 공동으로 지키는 것이 제3자 및 지역의 공동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한·일이 미국과 협력해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대중국 포위망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셈이다.

왕 대변인은 이날 북한의 ICBM 발사와 관련해선 "현재 한반도 정세가 매우 민감한 것은 주로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호응하지 않고 오히려 끊임없이 대북 압박과 억지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미국 등이 지역에서 대규모 연합훈련을 계속하고, 전략무기 출격 빈도를 끊임없이 높이고, 핵추진 잠수함을 타국에 이전키로 했다"며 "이런 움직임이 한반도 정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미사일을 쏜 북한에 대해선 침묵한 채 한·미 연합훈련과 미·영의 호주에 대한 핵잠수함 판매만 비판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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