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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집안에 폭탄 그만” 말려도…개딸, 비명계 사무실 돌며 트럭시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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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15일 서울 은평구에서 전광판 트럭을 동원해 시위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15일 서울 은평구에서 전광판 트럭을 동원해 시위하고 있다. [뉴시스]

15일 오후 2시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의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역사무실 앞을 지나가는 시민이 도로가에 주차된 트럭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트럭에 설치된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에선 ‘77.7% 당원의 뜻 거스르지 말라!’ ‘당원무시 대표무시 전해철은 각성하라’ 등 문구가 떠올랐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트럭 운전기사는 “오전 11시에 왔고 오후 7시까지 있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트럭은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이재명 갤러리’ 회원들이 마련했다. 이들은 비명계로 꼽히는 강병원(은평을)·이원욱(화성을)·윤영찬(성남 중원) 의원 지역구 사무실 앞과 국회에도 똑같은 문구를 띄운 LED 트럭을 보냈다. 트럭 5대 임차 비용만 약 360만원이라고 한다.

이재명 대표가 14일에 이어 이날도 페이스북에 “내부공격이 가장 큰 리스크” “마치 집안에 폭탄 던지는 꼴”이라며 전광판 트럭 시위 등 공격을 즉시 중단해달라고 말렸는데도 소용이 없었다.

한 의원실 사무국장은 “트럭만 보내놓고 정작 ‘개딸’은 한 사람도 나오지 않았다”며 “평소 전화로 항의하시는 분들께 ‘사무실로 찾아오시라, 전부 설명드리겠다’고 얘기해도 나타나질 않으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실의 지역 보좌관은 “이렇게 트럭이 버티고 있으면 지역 유권자가 민주당을 어떻게 보겠나”며 “이 대표가 강성 팬덤을 방치하면 내년 총선 승리는 물 건너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의 시선도 곱지 않다. 전 의원 지역 사무실 인근에서 공구점을 운영하는 권순길(49)씨는 “같은 당 안에서 서로 의견이 다르다고 해 외부에까지 저렇게 내보이는 건, 부부싸움을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겠다는 것하고 뭐가 다르냐”고 말했다.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트럭 테러’에 대해 “개딸이 소리만 요란하고 무지하게 피로하게 만드는 것 같지만, 비명계한테는 이제 별로 타격감이 없을 것”이라며 “중도층을 도망가게 해 오히려 이 대표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명계 조응천 의원은 전날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그렇게 하면 당신들하고는 결별하겠다’ 정도의 단호한 태도를 보여야 강성 지지층도 자제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루 지난 15일 이 대표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좋은미래와의 간담회가 끝난 직후 자신을 따라온 지지자 유튜버들을 돌아보며 “그 트럭 시위, 그거 하는 사람이 누군지 혹시 아냐”며 “그런 거 좀 제발 하지 말라고 하라”고 말했다. 디시인사이드 이재명 갤러리는 “직접적인 부탁이 있으셨으니 어쩔 수 없다”며 “트럭 시위는 오늘을 끝으로 종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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