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개딸들, 이번엔 트럭테러...비명계 찾아가 "각성하라" LED 시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5일 오후 2시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의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역 사무실 앞을 지나가는 시민들이 도로가에 주차된 트럭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트럭에 설치된 발광 다이오드(LED) 스크린에선 ‘77.7% 당원의 뜻 거스르지 말라!’, ‘당원무시 대표무시 전해철은 각성하라’ 등 문구가 떠올랐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트럭 운전기사는 “오전 11시에 왔고 오후 7시까지 있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트럭은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이재명 갤러리’ 회원들이 마련했다. 이들은 비명계로 꼽히는 강병원(은평을)ㆍ이원욱(경기 화성을)ㆍ윤영찬(경기 성남중원) 의원 지역구 사무실 앞과 국회에도 똑같은 문구를 띄운 LED 트럭을 보냈다. 트럭 5대 임차 비용만 약 360만원이 들었다고 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전날 유튜브 생방송에서 “(비명계를) 색출하고 망신주고 공격하면 기분은 시원할지 모르겠는데 당의 단합을 해친다. 집안에 폭탄 던지는 것과 똑같다”고 자제를 당부한 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강성 지지층이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다.

 15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전해철 민주당 의원 지역 사무실 앞 '77.7% 당원의 뜻 거스르지 말라!'는 문구가 적힌 LED 트럭 주변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정용환 기자

15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전해철 민주당 의원 지역 사무실 앞 '77.7% 당원의 뜻 거스르지 말라!'는 문구가 적힌 LED 트럭 주변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정용환 기자

‘트럭 테러’를 당한 지역구 사무실 직원들은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한 의원실 사무국장은 “이렇게 트럭만 보내놓고 정작 ‘개딸’은 한 사람도 나오지 않았다”라며 “평소 전화로 항의하시는 분들께 ‘사무실로 찾아오시라, 전부 설명드리겠다’고 얘기해도 나타나질 않으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실의 지역 보좌관은 “이렇게 트럭이 와서 버티고 있으면 지역 유권자가 민주당을 어떻게 보겠나”라며 “이 대표가 강성 팬덤을 방치하면 내년 총선 승리는 물 건너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 시선 역시 곱지 않다. 전해철 의원 지역 사무실 인근에서 공구점을 운영하는 권순길(49)씨는 “같은 당 안에서 서로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외부에까지 저렇게 내보이는 건, 부부싸움을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겠다는 것하고 뭐가 다르냐”며 “모양도 안 좋고 다들 싫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개딸'의 소란이 당 내홍 수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개딸이 소리만 요란하고 무지하게 피로하게 만드는 것 같지만, 비명계한테는 이제 별로 타격감이 없을 것”이라며 “중도층을 도망가게 해 오히려 이 대표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진행한 유튜브 당원존 라이브 방송. 이 대표가 앉은 테이블에 '이재명 힘내라! 이재명을 지키는 것이 민주당을 지키는 것이다'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유튜브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진행한 유튜브 당원존 라이브 방송. 이 대표가 앉은 테이블에 '이재명 힘내라! 이재명을 지키는 것이 민주당을 지키는 것이다'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유튜브 캡처

앞서 비명계 조응천 의원은 전날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만약에 그렇게 하면 당신들하고는 결별하겠다’ 정도의 단호한 태도를 보여야 강성 지지층도 자제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이 대표가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앉은 테이블엔 ‘이재명을 지키는 것이 민주당을 지키는 것’이라는 문구가 2시간 내내 붙어있었다.

한편, 이 대표는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좋은미래와의 간담회가 끝난 직후 자신을 따라온 지지자 유튜버들을 돌아보며 “그 트럭시위, 그거 하는 사람이 누군지 혹시 아냐”며 “그런 거 좀 제발 하지 말라고 하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이를 보고 지나가는 행인들은 이맛살을 찌푸린다.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글을 올렸다. 디시인사이드 이재명 갤러리는 “직접적인 부탁이 있으셨으니 어쩔 수 없다”며 “트럭시위는 오늘을 끝으로 종결하겠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