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잠수함서 순항미사일 첫 발사…탐지·요격 더 힘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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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이 지난 12일 새벽 동해 경포만 수역에서 전략순항미사일(SLCM)을 잠수함에서 발사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잠수함에서 순항미사일을 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군 안팎에선 13일 시작한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자유의 방패(Freedom Shield)’를 앞둔 무력 도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 매체들은 13일 “전략순항미사일 수중발사 훈련이 지난 12일 새벽에 진행됐다”며 “발사 훈련에 동원된 잠수함 ‘8·24영웅함’이 조선 동해 경포만 수역에서 2기의 전략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8·24영웅함’은 2021년 10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수중 발사했다고 북한이 주장하는 잠수함이다. 매체들은 “발사된 2기의 전략순항미사일은 조선 동해에 설정된 1500㎞ 계선의 거리를 모의한 8자형 비행궤도를 7563~7575초간(약 2시간6분) 비행해 표적을 명중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번 발사의 목적과 관련해 매체들은 “미제와 남조선 괴뢰 역도들의 반공화국 군사적 준동이 노골화되고 있는 현 정세를 시종 압도적인 강력한 힘으로 통제 관리해 나갈 우리 군대의 불변한 입장이 명백히 표명되었으며 다양한 공간에서의 핵전쟁 억제 수단들의 경상적 가동태세가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1일 노동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열어 ‘중대한 실전적 조치’를 결정했다고 밝히며 한·미 연합훈련에 상응하는 군사적 대응에 나설 것을 암시한 바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 압도적인 한·미 전략자산이 동원된 상황에서 도발에 나서는 것은 부담이 크지만 지난해 11월 연합훈련 기간에 도발한 사례가 있다”며 “북한은 대북 억제력 강화를 위한 한·미의 행동에 지속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번 순항미사일은 수직 발사관이 아닌 어뢰 발사관에서 발사됐을 가능성이 크다. 공개된 사진에서 미사일이 수면 위에서 사선으로 날아가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잠수함에서 지름이 굵고 크기가 큰 SLBM은 수직발사관에서 나간다. 반면에 SLCM이나 대함 미사일은 어뢰 발사관에서 발사한다.

북한이 수중에서까지 다양한 미사일을 동시다발로 섞어 쏘기에 나서면 탐지 및 원점 타격 가능성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점에서 유사시 북한 미사일 발사를 사전에 무력화하는 킬 체인(Kill Chain)이 약화될 수 있다.

일각에선 북한의 이날 발표가 과장됐다는 시각도 있다. 고도의 정밀 타격 능력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순항미사일을 잠수함에서 기습 발사하는 건 효용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군 당국은 현재 북한 순항미사일의 정밀성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또 SLCM에 핵 탑재가 가능한 점을 언급한 데 대해서도 군 안팎에선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기술이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중론이다.

한편 한·미가 연합훈련을 시작한 첫날 미국의 차세대 정찰·전자전항공기(ARES)가 한반도 상공에 출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항적 추적서비스 에어크래프트 스포츠에 따르면 미 육군의 BD-700 ARES가 중부지방의 동해안과 서울을 지나 서해 상공 고도 4만 피트(약 12.2㎞)로 비행했다. 최신형 ARES는 최대 14시간 동안 정찰 비행할 수 있으며 신호정보 수집 능력이 기존보다 대폭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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