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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출생 감독이 만든 ‘서부 전선 이상 없다’ 국제장편영화상 등 4관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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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독일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가 국제장편영화상을 비롯해 4관왕에 올랐다. [사진 넷플릭스]

독일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가 국제장편영화상을 비롯해 4관왕에 올랐다. [사진 넷플릭스]

제1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그린 독일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이하 ‘서부 전선’)가 13일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장편영화상을 포함해 촬영·미술·음악상 등 4관왕을 차지했다. 작품상을 비롯해 후보에 올랐던 9개 부문 중 다른 부문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올해 시상식에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다음으로 최다 수상한 작품이 됐다. 역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비(非)영어권 영화가 4개 트로피를 가져간 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20), 대만 리안 감독의 ‘와호장룡’(2000), 스웨덴 영화 ‘화니와 알렉산더’(1982)에 이어 네 번째다.

지난해 10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공개된 ‘서부 전선’은 이미 두 차례 영화로 옮겨진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독일 작가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가 1929년 출간한 동명의 소설은 각각 1930년과 1979년에 영화화됐다. 루이스 마일스톤 감독의 1930년 영화는 제3회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감독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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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익숙한 서사인 ‘서부 전선’의 2022년 판이 의미 있는 이유는 할리우드가 아닌 독일에서 제작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독일 출생 에드워드 버거 감독은 “독일이 이 세계에서 벌인 일들을 책임감 있게 다루며, 그와 같은 증오를 존속하지 않음으로써 세상을 조금씩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자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 의도대로 영화는 전쟁의 참상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며 반전(反戰) 메시지를 분명히 드러낸다. 이번 아카데미에서 수상한 촬영·음악·미술 등의 기술적 요소들이 모두 전쟁의 공포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해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지, 인간성을 어떻게 말살시켜 가는지 효과적으로 부각했다.

버거 감독은 이날 시상식 직후 이뤄진 짧은 기자회견에서 “기존 미국 전쟁영화들에는 전쟁에 대해 자부심과 영광을 느끼는 승자의 관점이 담겨 있다고 느꼈다. 미국은 1차 대전 때는 전쟁에 끌려 들어간 입장이었고, 2차 대전에선 유럽을 파시즘으로부터 해방시켰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나는 독일인의 관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전쟁에는 그저 죽음과 상실만 있을 뿐, 누구도 영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인 세계 정세가 다관왕에 힘을 보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미국의 영화 매체 인디와이어는 ‘서부 전선’에 대해 “기술 부문 강자로 뒤늦게 급부상한 이 영화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시의성에 수혜를 입었다. 에드워드 버거 감독은 유명한 반전 소설을 각색하며 기술적 요소에 의지해 죽음과 파멸의 직접성을 전달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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