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SVB 파산에 원화도 비상…"1달러=1350원이 마지노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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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시장에 공포감이 확산하며 원화값에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발 긴축에 대한 경계감이 다시 번지는 상황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까지 겹치면서다.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뉴스1]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뉴스1]

지난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달러당 1324.2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장 중 원화값은 '1달러=1329원대'까지 밀리며 연저점을 경신했다.

원화 약세는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지난 8일까지 원화 가치는 6.8% 하락했다. 주요국 통화 중에서도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일본 엔(-5.3%)과 중국 위안(-2.9%), 유로(-3.0%)화보다도 하락 폭이 컸다. 같은 기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3.5% 상승했다.

김신영 한국은행 외환시장팀장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최종금리 상향 가능성 시사에 따른 Fed의 긴축 강화 우려와 외국인의 차액결제선물환(NDF) 매입 등으로 원화 가치가 상당 폭 내렸다"고 분석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중국 위안화 하락과 무역 적자 원인 

미국발 긴축에 대한 경계심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도 원화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는 12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501억 달러, 수입은 554억달러로 53억 달러(약 7조원)의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1월 경상수지는 한 달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12월 간신히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다시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반도체 등 수출 부진의 영향이다.

지난 1월 코스피의 '반짝 반등'을 이끌었던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수세도 약해지며 원화값에 힘을 실어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월 외국인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6조3704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지난달 1일~이달 10일 4252억원을 사는 데 그쳤다.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위안화 가치가 떨어진 것도 원화 약세의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은 데다, 원화가 위안화의 '프록시(proxy·대리)' 통화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시진핑 3기로 접어든 중국 정부가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지난해(5.5%)와 시장 예상치(5.5~6%)보다 낮은 5% 수준으로 설정하면서 달러당 위안화 가치는 지난 10일 기준 지난달 1일보다 2.4% 하락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외국인 투자 자금이 이탈하고, 한·미간 금리 격차가 커진 데다 중국의 양회 이후 위안화가 약세로 전환되면서 원화 가치가 동반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주민들이 실리콘밸리 은행 입구에 게시된 메시지를 읽고 있다. [UPI=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주민들이 실리콘밸리 은행 입구에 게시된 메시지를 읽고 있다. [UPI=연합뉴스]

"SVB 파산으로 환율 변동성 높아질 듯"   

이런 분위기 속 미국 스타트업의 자금줄이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터지면서 금융 시장에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 안전 자산 선호와 위험 자산 회피로 이어지며 외국인 자금 유출을 자극해 원화 가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SVB가 대형 은행은 아니지만 금융 시장의 민감도가 높아져 있는 상황에선 단기적으로 시장에 충격을 줘 외국인 투자 자금을 달러와 같은 안전 자산으로 이동하게 만든다"며 "그 자체로 원화 가치를 하락시키는 요인이 될 뿐 아니라 국내의 채권 금리를 높여 기업의 유동성을 경색시키는 등 금융 시장 전체의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상황이 전체적인 금융 시스템 위기로 전이되지는 않겠지만, 기업 마진 하락과 설비 투자 감소와 같은 구조적 문제가 증시에서 부각되면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면서 원화 약세와 변동성 확대를 야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환율 1350원이 마지노선" 

주요 증권사가 전망하는 올해 상반기 원화값 마지노선은 '1달러=1350원'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상반기 원화값이 달러당 1250~1350원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NH투자증권은 연간 원화값이 달러당 1150~1350원 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고용 지표로 볼 때 상반기 내 Fed의 (통화 정책) 피벗(pivot·입장 선회)이 성사되기 어려워 보인다"며 "위안화와 엔화 약세도 원화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일반의 우려처럼 원화값이 달러당 1400원대까지 주저앉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정명지 팀장은 "미국 기준금리 상단이 연 5.75%로 가고, 오는 7월 금리 인상을 종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달러 강세가 지속하기 힘들다"며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뒤엔 달러가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하반기엔 원화 가치가 강세를 띠며 환율이 안정세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으로 인한 수출 회복과 Fed의 긴축 마무리 국면 진입 등으로 인해 원화 가치는 하반기로 갈수록 올라 달러당 평균 1210원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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