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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았다하면 잔챙이 무더기…'밥도둑' 안동간고등어 씨가 마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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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2일 부산 서구 공동어시장에서 새해 첫 경매인 초매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2일 부산 서구 공동어시장에서 새해 첫 경매인 초매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안동시 정상동에서 간고등어 판매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대표는 지난 1월부터 공장 가동을 멈춘 상태다. 20여 명의 직원들도 출근하지 못하고 기존 임금의 70%만 받고 있다. 간고등어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300g 이상 중·대형 고등어를 구하지 못하면서다.

김 대표는 “지난 겨울 중·대형 고등어 씨가 마르고 사료·낚시용으로 쓰는 ‘잔챙이’들만 무더기로 잡혀 결국 생산을 중단했다”며 “매년 고등어 어획량이나 크기가 점점 줄어들다가 올해는 아예 상품으로 만들 수 있는 물량 자체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안동시 일직면의 한 간고등어 판매업체 정모 상무도 “안동에서 간고등어 판매를 하고 있는 업체들은 모두 문을 닫거나 지난해 팔고 남은 재고를 꺼내다 팔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가오는 늦가을에도 중·대형 고등어가 안 잡히면 업계 전체가 위기에 몰릴 것”이라고 전했다.

고등어 어획량 작년보다 60.3% 줄어  

고등어가 심상치 않다. 올해 총 어획량이 눈에 띄게 줄었는데, 그나마도 상품성이 떨어지는 소형 크기만 잡히고 있다. 일정 크기 이상 고등어로만 상품을 만들 수 있는 안동간고등어 업체들은 치명타를 맞았다. 소금으로 염장 처리한 고등어를 일컫는 간고등어는 안동시 대표 특산물이다. 맛이 좋아 ‘밥도둑’으로 불린다.

안동찜닭과 간고등어 구이. 중앙포토

안동찜닭과 간고등어 구이. 중앙포토

10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고등어 조업이 본격화되는 매년 10월에는 평균 1만1000여t의 고등어가 잡힌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의 경우 5964t에 그쳤다. 이는 평년 어획량(1만1363t)보다 47.5%, 전년 동월 어획량(1만5006t)보다 60.3% 줄어든 수치다.

그나마 잡힌 고등어 95%가 ‘잔챙이’ 

전체 어획량이 줄어들었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중·대형 크기 고등어 비중이다. 전국에서 고등어를 가장 많이 유통하는 부산공동어시장의 경우 지난 1월 위판된 고등어 중 300g 이상 중·대형어 비율은 4.9%에 불과했다. 위판된 고등어의 95%가 ‘잔챙이’였던 셈이다.

김수현 수산업관측센터 대중어관측팀장은 “고등어는 보통 8월 잡히기 시작한다. 그러다 추석 이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어획된다”며 “그때부터 12월까지 잡히는 게 한 해 어획량의 60~7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는 이 시기 잡힌 고등어 물량 자체가 적고 그중에서도 중·대형어 비중도 낮았다”고 덧붙였다.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고등어 도매가도 급등했다. 지난 1월 기준 고등어 산지가격은 ㎏당 4334원으로 지난해 1월(3473원)보다 1000원가량 높았고, 어획량 가운데 소형어 비중이 높아 중·대형어에 중도매인들이 몰리면서 도매가격 또한 작년 동월(5446원)보다 22.6% 높은 6679원을 기록했다.

도매가격의 상승은 소비자가격의 폭등으로 이어졌다. 올해 1월 기준 냉장 고등어 소비자가격은 평년 1월 기준 가격(8728원)보다 61.5% 오른 ㎏당 1만4094원, 냉동 고등어 소비자가격은 같은 기간 85.9%나 뛴 ㎏당 1만2914원으로 파악됐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고등어 모습. 연합뉴스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고등어 모습.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고등어 어획량 감소와 크기 감소에는 여러 변수가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고등어 크기 감소 현상은 10년 중 한두 해 주기로 일어난다. 최근 갑자기 생겨난 현상은 아니다”라면서도 “해수면 온도 상승이나 무분별한 어획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데 대해 명확하게 단정 짓긴 어렵다”고 말했다.

“공장 폐업도 못 해…규제 완화를”

한편 안동간고등어 업체들은 고등어 크기 감소 현상으로 업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게 될 때만이라도 관련 판매 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호소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공장 가동을 못 해 폐업을 하고 싶어도 폐업하는 순간 창고에 쌓인 재고를 판매할 수 없게 된다”며 “이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손해를 보면서도 업체를 운영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직원들이 실업급여라도 받게 하려면 폐업해야 하는데 (재고 판매를 위해) 공장은 열어둬야 하니 임금부담도 크다”며 “이런 상황을 고려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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