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주담대도 온라인으로 한번에 갈아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1면

5대 시중은행의 아성이던 ‘1000조원’의 가계대출 시장 문이 본격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정부가 대환(새 대출로 기존 대출을 갚는 것)대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오는 5월부터 별도의 영업점 방문 없이 온라인으로만 한 번에 대출을 갈아타게 해주는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해서다. 특히 금융당국은 이번에 신용대출은 물론, 가계대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까지 대환대출 플랫폼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9일 금융위원회는 지난 8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제2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은행권 경쟁 촉진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가계대출 시장을 주요 시중은행이 점령한 것은 대출 갈아타기가 어려워서다. 현재 대출 상품을 바꾸려면, 여유 자금으로 기존 대출을 먼저 갚거나 아니면 대환대출 상품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대환대출을 받으려면 소비자가 직접 은행을 찾아 어느 대출을 상환할지 상환 정보를 조회해야 한다. 새 대출금으로 기존 대출을 실제 상환됐는지 각 은행과 법무사가 왕래하면서 확인 작업도 거쳐야 한다. 절차가 복잡하다 보니 이용자 수도 적고 상품도 많지 않다.

하지만 대환대출 플랫폼을 구축하면, 영업점을 방문할 필요 없이 대환대출 상품을 온라인으로 신청만 하면 된다. 이후 절차는 금융결제원과 금융사가 별도로 구축한 시스템으로 처리한다. 온라인으로 금리와 한도 같은 정보도 실시간으로 비교할 수 있어, 은행 간 경쟁을 더 유발할 수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금융위 관계자는 “절차가 수월해지는 만큼 대출 유치를 위해 다양한 대환대출 상품 출시 경쟁이 벌어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특히 대면 영업점이 없는 인터넷 전문은행과 핀테크 회사는 기존 시중은행의 아성을 깰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주담대까지 대환대출 플랫폼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가로 내놨다. 주담대는 지난 1월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1053조4000억원)의 약 76%(798조8000억원)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절대적이다. 사실상 전체 가계대출 시장의 장벽이 허물어지는 셈이다. 연내 출시가 목표다. 다만 금융위 관계자는 “주담대는 등기 이전 등 은행이 할 수 없는 절차가 있어서 완전히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데 제약이 있다”며 “먼저 등기 이전 절차를 대폭 단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고금리로 주담대 잔액 감소=높은 금리 탓에 은행이 가계에 빌려준 주담대가 지난달 9년 만에 감소를 기록했다. 이날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중 은행권이 가계에 내준 대출은 2조7000억원 감소했다. 주담대가 3000억원 줄며 지난 2014년 1월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 등이 공급하는 정책모기지가 1조원 늘고, 일반 개별 주담대도 7000억원 증가했지만, 전세대출이 역대 가장 큰 폭인 2조5000억원 줄었기 때문이다.

비싼 대출 이자 탓이 컸다. 이날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전세대출 금리는 연 4.13~6.58% 수준이다. 올해 초에는 대출금리 상단이 연 8%대를 기록하기도 했다가 점차 하락한 모습이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지 않은 수준이다.

세종시에서 84㎡짜리 아파트에 전세를 들어 살던 A씨는 지난달 계약 만료를 앞두고 보증금 3억원 중 7000만원을 집주인으로부터 돌려받았다. 주변 전세 시세가 2억3000만원으로 떨어지자, 집주인이 A씨를 붙잡아두기 위해 먼저 제안한 재계약 조건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 평균 가격은 2억9782만원으로, 최근 고점이었던 지난해 6월 3억4188만원에서 4406만원 하락했다.

대환대출 인프라

은행, 저축은행, 카드, 캐피털사 등의 신용대출을 온라인에서 비교해 소비자가 유리한 상품으로 쉽게 갈아탈 수 있게 하는 대출 이동 시스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