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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폭행' 이용구 2심도 집유…法 "증거인멸교사 인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등 혐의를 받는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등 혐의를 받는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술에 취해 택시기사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항소심에서도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9일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이원범)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운전자 폭행),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차관에게 1심과 같이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전 차관은 2020년 11월 자신의 아파트 근처 도로에 잠시 멈춘 택시 안에서 기사에게 욕을 하며 십수 초간 목을 움켜잡은 혐의를 받는다. 사건 다음날 피해 기사가 영상을 이 전 차관에게 보내자, 이 전 차관은 1000만원의 합의금을 준 뒤 영상을 지워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기사는 “지우긴 뭘 지워요, 안 보여주면 되지”라는 답을 남겼지만, 경찰 조사를 받던 중 이 전 차관과의 카카오톡 채팅방에 남아있던 폭행 영상을 ‘나에게서만 삭제’하는 방식으로 지웠다.

이 전 차관은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는 인정했지만, 증거인멸 교사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1심 재판 과정에서는 “카톡방의 ‘나에게서만 삭제’는 증거 인멸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동영상 원본과 사본 등 피해 기사 휴대전화에는 아직 파일이 남아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디지털 증거의 특성상 복제된 증거도 원본과는 독립된 가치를 가진다”며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이 판결에 항소한 이 전 차관 측은 “영상 삭제는 피해 기사가 독자적으로 결정한 일”이라며 이른바 ‘실패한 교사’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면서 ▶피해 기사는 이미 이 전 차관의 영상 삭제 부탁을 한 차례 거절한 점 ▶피해 기사가 앞서 경찰에 영상이 없다고 말한 것이 거짓말이라는 것이 들통날까 봐 스스로 지웠을 가능성 등을 들었다. 이 전 차관 측은 영상 삭제를 부탁한 것에 대해서도 “증거 인멸 목적이 아니라 영상 유포를 막기 위한 부탁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도 이 같은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해 기사가 영상을 삭제한 이유 중에는 이 전 차관의 부탁이 있다고 본 것이다. “지우긴 뭘 지워요, 안 보여주면 되지”와 같은 피해 기사의 답도 완전한 거절의 의사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이 전 차관이 경찰 조사를 앞둔 피해 기사에게 “운전자 폭행이 아닌 단순 폭행으로 진술해달라”는 취지로 요구해 피해 기사가 진술을 바꾼 점, 이 과정에서 담당 수사관이 영상이 있느냐고 묻자 영상을 삭제한 점 등을 재판부가 종합한 결과다.

이 형이 확정되면 이 전 차관은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뒤 2년까지 변호사 자격을 잃게 된다. 변호사법 제5조는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지난 후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를 결격사유로 본다. 이 전 차관은 이날 “변호인들과 상의해 상고를 준비하겠다”며 “피해 기사에게는 여전히 송구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 사건을 내사 종결해 특수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직 경찰관 진모씨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이 무죄가 선고됐다. “일부러 사건을 축소하려던 게 아니고, 단순 폭행을 적용할 사안인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는 주장이 인정된 것이다. 재판부는 “진씨가 무능하거나 불성실하게 사건을 처리한 건 맞다”라면서도 “운전자 폭행죄에 해당하는지 명백히 인식하지 못한 상황에서 성실하게 조치하지 않은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본 1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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