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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B-52H 뜨자…김여정 "한·미 동태 주시, 압도적 행동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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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7일 올해 들어 네 번째 담화를 내고 전날 미국의 전략폭격기 B-52H를 앞세워 연합공중훈련에 나선 한·미를 강도 높게 비난하며 강경하게 대응할 뜻을 내비쳤다. 한·미가 전날 전반기 연합 군사훈련인 '자유의 방패(Freedom Shield)'의 사전연습 격인 위기관리연습(CMX)를 시작하자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김여정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에서 공개한 담화에서 "미군과 남조선(한국) 괴뢰 군부의 활발한 군사적 동태를 빠짐없이 주시 장악하고 있다"며 "판단에 따라 언제든지 적중하고 신속하며 압도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상시적 준비태세에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광기적인 추이로 나가고 있는 미국과 남조선의 과시성 군사 행동들과 온갖 수사적 표현들은 의심할 바 없이 우리가 반드시 무엇인가를 통하여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조건부를 지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한·미가 연합훈련을 본격화하는 데 대응하겠다는 의미며, 향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정상각 발사를 포함한 자신들의 군사적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역대급 한·미 군사훈련 움직임과 관련해 불가피하게 강대강 대응을 할 수밖에 없음을 경고하는 메시지"라며 "7차 핵실험 등 이미 예상하는 도발뿐 아니라 새로운 유형의 위협을 과시할 수 있는 명분을 축적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미 공군이 6일 한반도 서해 상공에서 한국측 F-15K 및 KF-16 전투기와 미국측 B-52H 전략폭격기가 참여한 가운데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연합뉴스

한미 공군이 6일 한반도 서해 상공에서 한국측 F-15K 및 KF-16 전투기와 미국측 B-52H 전략폭격기가 참여한 가운데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연합뉴스

특히 김여정은 이날 '태평양'을 향한 무력도발 가능성을 재차 시사했다. 존 아퀼리노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관의 '북한이 태평양 지역으로 ICBM을 발사할 경우 즉각 격추할 것"이란 발언을 강하게 비난하면서다.

김여정은 "태평양은 미국이나 일본의 영유권에 속하지 않는다"며 "우리 전략무기시험에 요격과 같은 군사적 대응이 따르는 경우 명백한 선전포고로 간주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는 북한이 태평양에 대한 무력도발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앞서 김여정 지난달 20일 담화서 "태평양을 우리의 사격장으로 활용하는 빈도수는 미군의 행동 성격에 달려 있다"고 밝히며 사실상 미 본토 향해 발사하거나 정상 각도로 발사할 수 있다고 위협한 바 있다. 북한이 ICBM 발사 가능성을 거듭 시사하는 것은 자신의 도발에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는 한·미·일의 공조 강화 기류를 의식해서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한국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면서 한·미·일 공조가 더욱 공고해지는 분위기"라며 "북한 입장에서 이를 견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태평양에 대한 위협 수위를 끌어올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김여정 담화에 대한 정부의 입장 질문에 "현재의 정세 악화는 북한의 무모한 핵과 미사일 개발로 초래된 것"이라며 "북한은 이제라도 도발과 위협이 아닌 평화를 위한 올바른 길을 선택하기를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한미 군 당국이 올 전반기 한미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프리덤실드)의 '사전연습'격인 위기관리연습(CMX)을 실시한 6일 오후 경기 평택시 팽성읍 주한미군 캠프 험프리스에서 헬기가 이동하고 있다. 뉴스1

한미 군 당국이 올 전반기 한미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프리덤실드)의 '사전연습'격인 위기관리연습(CMX)을 실시한 6일 오후 경기 평택시 팽성읍 주한미군 캠프 험프리스에서 헬기가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북한 외무성도 이날 대외보도실장 명의의 별도 담화를 내고 한반도 정세 악화의 책임을 한·미에 돌렸다. 외무성은 "6일 미 핵전략폭격기 'B-52'가 3개월 만에 조선반도(한반도)에 또다시 날아들어 남조선과 올해 다섯 번째로 되는 연합공중훈련을 벌려놓은 것은 무모한 군사적 도발"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이어 "미국의 도발적 군사행동들은 며칠 후 개시되는 대규모 미국·남조선 합동군사연습의 침략적 성격과 그로부터 초래될 파국적인 정세 격화의 엄중성을 예고해주고 있다"며 "군사적 도발 움직임이 지금처럼 계속 방관 시 된다면 쌍방의 방대한 무력이 첨예하게 밀집대치 되어 있는 조선반도 지역에서 격렬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담보는 그 어디에도 없다"고 경고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B-52H'와 같은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빈번해지는 것에 대해 상당히 위협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 대응하는 것 자체가 수세적 입장에서 군부의 사기를 진작하고 내부 결집 효과를 노린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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