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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항만 크레인 '트로이 목마'였나…美, 스파이 도구 의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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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미국 항구에서 조업하는 중국산 컨테이너 크레인이 스파이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돼 미국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국가안보 당국자들은 미군도 많이 이용하는 항구들에 다수 배치된 중국 상하이전화중공업(ZPMC) 크레인을 '트로이의 목마'에 비유했다.

미국 항구에서 조업하는 중국산 컨테이너 크레인이 스파이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진 ZPMC 홈페이지 캡처

미국 항구에서 조업하는 중국산 컨테이너 크레인이 스파이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진 ZPMC 홈페이지 캡처

배에서 항만으로 컨테이너를 내리거나 역으로 배에 컨테이너를 실을 때 쓰는 ZPMC 크레인에는 화물 출처, 목적지 등을 추적할 수 있는 정교한 센서가 부착돼 있다. WSJ은 "전 세계에서 펼쳐지는 미군 작전 지원을 위해 국내·외로 선적되는 화물정보를 중국이 파악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미국 고위 방첩 관료 출신인 빌 에바니나는 WSJ에 "크레인은 제2의 '화웨이(중국 장비업체)'가 될 수 있다"면서 항만 크레인 사업을 "비밀 정보 수집을 감출 수 있는 합법적인 사업"으로 묘사했다.

특히 미군이 종종 이용하는 버지니아·사우스캐롤라이나·메릴랜드 등의 항구에 최근 2년간 ZPMC 크레인이 새로 다수 들어와 미 연방수사국(FBI) 등에서 우려가 커졌다고 WSJ은 전했다.

미군이 종종 이용하는 버지니아·사우스캐롤라이나·메릴랜드 등의 항구에 최근 2년간 ZPMC 크레인이 새로 다수 들어와 미 정보당국에서 우려가 커졌다. 사진 트위터 캡처

미군이 종종 이용하는 버지니아·사우스캐롤라이나·메릴랜드 등의 항구에 최근 2년간 ZPMC 크레인이 새로 다수 들어와 미 정보당국에서 우려가 커졌다. 사진 트위터 캡처

WSJ에 따르면 ZPMC는 20년 전 미국 시장에 진출해 서구 업체보다 저렴하고 양질의 크레인을 제공하면서 성장했다. 현재는 전 세계 크레인 시장의 70%를 차지하면서 약 100개 국가에 장비를 판매하고 있다. 최근엔 마이크로소프트(MS) 등과 협업해 데이터 실시간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글로벌 항만 자동화 사업의 선두주자가 됐다.

문제는 ZPMC 크레인이 원격으로 접근 가능해 미국의 물류망을 교란하는 데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미 국방정보국(DIA)은 중국이 항만 물동량을 교란하거나 군사 장비 하역 정보를 수집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앞서 2017년 MS와 협업할 때 황칭펑 당시 ZPMC 사장은 동영상을 통해 "우리의 상하이 사무실에서 모든 크레인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도 일부 미국 항구에서는 아예 중국인 기술자가 2년짜리 미국 비자를 받아 직접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중국 측이 미국 정보를 수집할 기회가 있다는 게 미 당국의 분석이다.

게다가 ZPMC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일대일로 정책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국영기업 중국교통건설(CCCC)의 자회사라는 점도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ZPMC는 20년 전 미국 시장에 진출해 서구 업체보다 저렴하고 양질의 크레인을 제공하면서 성장했다. 현재는 전 세계 크레인 시장의 70%를 차지하면서 약 100개 국가에 장비를 판매하고 있다. 사진 ZPMC 홈페이지 캡처

ZPMC는 20년 전 미국 시장에 진출해 서구 업체보다 저렴하고 양질의 크레인을 제공하면서 성장했다. 현재는 전 세계 크레인 시장의 70%를 차지하면서 약 100개 국가에 장비를 판매하고 있다. 사진 ZPMC 홈페이지 캡처

우려가 커지자 미국 내 몇몇 항구는 ZPMC 크레인 소프트웨어를 스위스 ABB 소프트웨어로 교체했고 조지아주 서배너항 등은 핀란드 기업 코네크레인 제품을 이용하고 있다. 카를로스 히메네스 미 하원의원(공화·플로리다)은 향후 중국산 크레인 구매를 금지하는 대신 다른 나라 제품을 쓰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카를로스 히메네스 미국 하원의원(사진)이 2023년 2월 28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의 미국에 대한 위협'이라는 제목의 중국 공산당 청문회 하원 특별위원회에서 증인에게 질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카를로스 히메네스 미국 하원의원(사진)이 2023년 2월 28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의 미국에 대한 위협'이라는 제목의 중국 공산당 청문회 하원 특별위원회에서 증인에게 질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2월 미 국회의원들은 8500억 달러(약 1104조 원) 규모의 국방 정책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외국산 크레인이 미국 항구에서 사이버·국가 안보에 위협을 가하는지에 대한 미 정부의 연구 보고서를 올해 말까지 의회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지난달 중국의 정찰풍선이 미국 영공에서 격추된 이후 미 보안당국은 중국에서 들어온 전자제품 등에 대한 보안 검색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이번 ZPMC 크레인의 경우에는 실제 스파이 활동 사례가 발견됐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주미 중국 대사관 관계자는 WSJ에 "중국과의 무역과 경제 협력을 방해하려는 피해망상적인 시도"라면서 "중국 위협론은 무책임하고 미국에도 해가 될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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