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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공산당원 텍사스 땅 사들였다…"스파이 기지 될 것" 美발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텍사스에 대규모 농지를 소유한 중국인 억만장자가 농지 개발 문제로 주(州)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쑨광신(孫廣信) 신장 광후이그룹 회장은 멕시코와 접경지인 미국 텍사스주 발베르데 카운티에 1억 달러(약 1300억원)를 들여 농지 14만 에이커(약 556㎢)를 매입했다. 쑨 회장은 중국 인민해방군 대위 출신으로 추정자산이 28억 달러(약 3조6500억원)다.

쑨광신 신장 광후이회장(사진)은 미국 텍사스에 보유한 농지를 풍력발전소로 개발하려다가 현지 주 정부와 갈등을 빚었다. 사진 석세스 스토리 캡처

쑨광신 신장 광후이회장(사진)은 미국 텍사스에 보유한 농지를 풍력발전소로 개발하려다가 현지 주 정부와 갈등을 빚었다. 사진 석세스 스토리 캡처

최근 쑨 회장은 자신의 농지 일부를 풍력 발전소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텍사스 토지소유자 단체는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풍력 발전소 프로젝트 저지를 위해 싸우겠다"고 밝히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텍사스 주 정부도 '외국 기업으로부터 국가 기반 시설을 보호한다'는 내용의 법안까지 통과시키며 풍력 발전소 개발을 저지하고 있다.

이들이 결사 반대에 나선 이유는 해당 농지가 텍사스 주의 전력망, 미국 공군 기지와 가까워서다. 텍사스 주민들 사이엔 쑨 회장의 발전소가 미군 기지의 민감한 대화를 도청하거나 드론을 통해 시설을 감지·염탐하는 '스파이 기지'가 될 수 있다는 음모론까지 확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중국의 '정찰 풍선'에서 촉발된 반중(反中) 정서가 토지 문제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쑨 회장이 열혈 공산당원이라는 것도 미국인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과거 쑨 회장의 회사 홈페이지에 '공산당에 대한 충성 맹세'가 공개적으로 게재된 적이 있다. 회사 간부가 젊은 직원들 가슴에 공산당 배지를 달아주는 사진, 당의 영광스러운 길을 기억하라는 주제로 수업하는 모습 등이 공개됐다. 블룸버그통신은 "회사 측은 당에 복종한다는 원칙에 따라 움직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홈페이지에 명기했다"고 전했다.

쑨 회장은 내륙 지역인 신장 우루무치에서 해산물 식당 등을 운영해 돈을 벌었고, 부동산 개발을 통해 갑부가 됐다. 그는 기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중국 공산당 간부들과 두루 관계를 맺었으며, 전직 육군 장교들을 회사 요직에 앉혔다고 한다.

쑨광신 회장이 보유한 토지(오른쪽)는 텍사스 공군기지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트위터 캡처

쑨광신 회장이 보유한 토지(오른쪽)는 텍사스 공군기지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트위터 캡처

블룸버그통신은 쑨의 사례 외에도 최소 18개 주에서 '미국 내 외국인의 토지 소유 제한'과 관련된 문제가 불거졌다고 전했다. 앞서 노스다코타 시 의회는 공군 기지 근처에 옥수수 제분소를 건설하려는 중국 회사의 계획을 부결시켰다.

지난달 버지니아 주 상원은 중국 배터리업체 CATL과 제휴한 미국 포드 자동차의 배터리 합작 공장 신설을 금지하고, 동시에 외국 정부의 토지 소유를 금지하는 법안에 승인했다.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는 주의회 개원 연설에서 "포드와 중국의 협력 관계는 '안보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CATL이 버지니아 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세우려는 시도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미국 포드 자동차의 짐 팔리 최고경영자가 중국 CATL과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을 발표하는 모습. 버지니아 주 상원은 이 합작 배터리 공장 신설을 금지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포드 자동차의 짐 팔리 최고경영자가 중국 CATL과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을 발표하는 모습. 버지니아 주 상원은 이 합작 배터리 공장 신설을 금지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는 미국 내에서 중국 투자자가 보유한 토지가 늘면서, 중국의 스파이 행위나 기술 탈취에 대한 염려가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미국 농업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중국 투자자가 보유한 미국 농지는 35만2140에이커(약 1425㎢)로 10년 전보다 약 25배 늘었다. 쑨 회장이 보유한 토지는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블룸버그통신은 "쑨 회장 회사는 미국 내 보유토지 보고를 누락해 농업부로부터 벌금을 부과받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지난달 폭스뉴스에 "중국이 미국 땅을 삼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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