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여의도 2배' 쓰레기, 이건 빙산의 일각…코로나 후폭풍 닥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전문 수거 업체가 학교 급식실 칸막이를 수거해 정리하고 있다. 사진 독자

전문 수거 업체가 학교 급식실 칸막이를 수거해 정리하고 있다. 사진 독자

지난 2일 개학한 경기도 용인시의 한 고등학교의 급식실. 수백 개의 투명 플라스틱판이 급식실 구석에 수북이 쌓였다. 지난 3년간 학생들을 코로나19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급식테이블 사이를 가로막았던 칸막이들은 이날 수거업체의 트럭에 실려 학교를 떠났다. 업체 관계자는 “오늘은 고정형이 아니어서 철거가 쉬운 편이었다. 수거한 칸막이들은 재활용 업체에 넘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올해 3월 새 학기부터 학교 방역 조치가 일부 완화되면서 급식실과 교실 등의 칸막이는 ‘포스트 코로나 쓰레기’가 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1년 9월 기준 급식실이 있는 학교(1만600개) 중 99.4%에 급식실 칸막이가 설치됐다.

‘여의도 두 배’ 칸막이 쓰레기 쏟아진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새 학기부터 각급 학교에선 칸막이가 쓰레기로 쏟아질 전망이다. 지난달 교육부는 각 학교가 자율로 칸막이를 유지 또는 철거 후 보관·폐기할 수 있도록 지침을 내렸다. 급식실 칸막이의 경우, 470만개 이상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학교당 평균 급식 학생 수(446명)와 급식실 규모 등으로 추산할 수 있는 수치다. 학교 관계자들은 교실에 설치된 칸막이까지 합치면 1000만 개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칸막이의 평균 크기로 계산하면 서울 여의도 면적(2.9㎢)의 두 배가 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치다. 칸막이의 크기와 모양, 설치 규모가 제각각이어서 정확한 칸막이 쓰레기 규모는 계산하기 어렵다는 게 교육 당국의 설명이다. 지난 3년간 전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19가 물러나자 예측하기도 힘든 포스트 코로나 쓰레기가 새로운 골칫거리로 등장한 셈이다.

각 학교는 칸막이 처리를 놓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교육부는 칸막이 지침을 바꾸면서 처리 방법은 구체적으로 안내하지 않았다. 강원도의 한 고등학교 관계자는 “개학 전 주말에 급식실 칸막이를 다 철거했다. 교육청에서 ‘철거 권고’라고 했는데 처리 방법을 알려주지 않아 직접 업체를 알아보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수거 업체 관계자는 “아직 버리지 못한 학교가 더 많다. 학교에선 어떻게 재활용해야 하는지 방법을 잘 몰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고 했다.

“학교장이 알아서 하기엔…”

교육부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학교장이 판단해서 칸막이를 치워서 보관하고 있다가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질 때 다시 활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선 “칸막이를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고 위생상 장기간 보관 후 재사용하는 것이 꺼려진다”고 토로한다. 전교생이 1000명이 넘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는 지난달 학부모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급식실 칸막이는 유지하고 교실 칸막이는 철거하기로 했다. 학교 관계자는 “교실 칸막이를 옥상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 학교가 다 알아서 하라고 하면 비용도 문제지만, 잘못 처리해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줄까 봐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접착제로 고정된 학교 급식실 칸막이 모습. 독자 제공

접착제로 고정된 학교 급식실 칸막이 모습. 독자 제공

재활용 처리도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급식실 칸막이는 폴리카보네이트(PC)와 페트병(PET), 아크릴, 포맥스 등 다양한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졌다. 재활용 업체에 따르면 포맥스 등 일부 소재를 제외하고 재질별로 구분해서 배출하면 재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인은 플라스틱 소재를 구분하기 어렵고 플라스틱에 붙은 양면테이프나 종이 상표 같은 이물질을 모두 제거해야 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식탁 상판까지 뜯어내야 할 정도로 강력한 접착제를 사용한 경우가 많다. (칸막이 재활용은)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일괄 수거해 체계적으로 재활용해야”

지난달 27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삼일공업고등학교에서 교직원들이 급식실 칸막이를 치우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삼일공업고등학교에서 교직원들이 급식실 칸막이를 치우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수원시의 한 고등학교는 지난 1일 교실 책상에 설치한 투명 칸막이를 뜯어내 일반 쓰레기로 폐기 처분했다. 학교 관계자는 “아크릴 칸막이는 1000만원이 든다고 해 못 샀다. 예산 100만원으로 전교생 칸막이를 제작했는데 애초에 재활용이 안 되는 소재였다”고 했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은 “교육부 등 관계 당국이 일괄로 수거해 관리해야 한다. 지역별로 거점 센터를 세워 재질을 분류하고 이물질 제거 작업을 거쳐 체계적으로 재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교 칸막이는 포스트 코로나 쓰레기의 ‘빙산의 일각’이다. 폐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은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대비 17.7%(2021년 기준) 늘었다는 게 환경 당국의 판단이다. 포장·배달 서비스 이용이 보편화하면서 한해 약 74만t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추가로 발생했다고 한다.

배달음식 온라인 거래액은 2019년 9조7000억원에서 2020년 17조3000억원, 2021년에는 25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여기에 마스크 쓰레기도 천문학적인 규모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2020년 이후 15세 이상 한국인이 한 해 사용한 일회용 마스크 수는 55억8000만여개로 추산된다. 플라스틱류인 폴리프로필렌(PP)으로 만든 일회용 마스크 쓰레기가 3년간 167억개 이상 쏟아진 셈이다. PP로 만든 일회용 마스크는 썩는 데 400년 넘게 걸린다고 한다.

환경부는 2025년까지 폐플라스틱 쓰레기를 20% 줄인다는 목표는 갖고 있지만, 전국에서 쏟아지는 학교 칸막이 등 포스트 코로나 쓰레기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앞서 환경부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때 칸막이 50만 개 중 47만개를 관공서 등에 나눠주고 나머지(3만개)를 재활용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 학교 칸막이 처리 방침 등에 대해 환경부 측은 “교육부의 요청이 없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