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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로타바이러스 예방접종, 아이들을 위한 현명한 선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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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영미 질병관리청장

지영미 질병관리청장

6일부터 로타바이러스 백신 무료 접종이 시작됐다. 정부의 국정과제인 국가 필수 예방접종 사업 확대의 일환이다. 접종은 생후 2개월에서 6개월까지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다. 로타바이러스는 영유아에게 급성 설사, 고열과 탈수를 일으킨다. 과거 매년 전 세계에서 50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로타바이러스 장염으로 목숨을 잃었고, 영유아 사망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간주되었다. 2006년 백신이 개발된 후에야 상황이 호전되었다.

1980년대만 해도 한국의 영유아 사망률은 지금의 10배가량 높은 수준이었다. 홍역과 백일해 같은 감염병이 영유아의 생명을 앗아갔다. 지금은 홍역과 백일해를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다. 백신 덕분이다. 백신을 통해 지구 상에서 박멸한 바이러스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백신 접종을 수단으로 하여 전 세계 두창(smallpox) 박멸사업을 추진한 끝에 1979년 박멸을 선포했다. 인류가 두 번째로 박멸을 목표로 하는 질환은 폴리오(소아마비)다. 그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갈 길은 멀다. 인간을 감염시키는 1400종 이상의 병원체 중 백신이 있는 것은 고작 30여 개 정도이다. 로타바이러스도 그중 하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4개국이 로타바이러스 백신을 국가예방 접종프로그램에 도입해 무료 접종을 하고 있다. 한국도 약 89%의 영유아가 이미 로타바이러스 백신을 맞고 있었다. 백신 가격이 20~30만원에 달하니 부담이 상당할 터인데도 그렇게 높은 비율의 접종률을 기록하였음은 어린 자녀의 건강에 대한 대한민국 부모들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게 한다.

지금의 노인 중 많은 분이 설사와 고열로 고통받는 어린아이를 등에 업고 다급하게 병원으로 뛰어간 경험, 또는 그렇게 엄마의 등에 업혀 병원으로 실려 간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로타바이러스가 발견된 것은 1973년이지만 그 후에도 부모들은 정확히 무엇이 원인인지 알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굴렀을 것이다. 위생이 좋아졌다고 해서, 백신이 개발되었다고 해서 그런 절절한 마음이 달라졌을 리 없다. 국가가 그런 마음에 응답함은 당연하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이다. 고가의 로타바이러스 백신을 국가예방 접종프로그램에 도입하는 것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많은 노력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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