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국질|윤방부<연대 의대교수·가정의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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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딸꾹, 딸꾹」하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딸꾹질이라고 명명되었지만 히포크라테스 시대이래 지금까지 이것이 왜 발생되는지는 의학의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다.
60세 된 남자환자가 2년씩이나 계속되는 딸국질로 진찰실을 찾아봤다.
환자는 과거에 한차례 뇌졸중으로 쓰러진 적이 있었으며 고혈압과 당뇨로 동네병원에서 계속 약을 먹고 있었다. 환자는 2년 전에 한차례 과음한 후 딸꾹질이 생겼는데 그후부터는 온갖 민간요법을 비롯해 이름난 대학병원은 물론이고 한방법원에서 모든 방법을 다 사용해 보았으나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딸꾹질은 횡경막이 발작적으로 수축됨으로써 생기는 것으로 한가지 꼭 집어서 설명되는 발생원인은 없지만 요인은 여러 가지다. 흔히 우리가 경험하는 것으로 술에 만취됐을 때, 어려운 자리에서 흥분했을 때, 기온이 급변했을 때 (특히 아이가 추울 때), 너무 많이, 혹은 빨리 먹었을 때 나타나며 법원에서는 수술 후 마취에서 깨어날 때, 뇌졸중으로 쓰러져 의식이 희미할 때도 잘 나타난다. 이와 같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우리에게 큰 불편을 주지 않지만 48시간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대화·식사·수면 등 가장 기본적인 생활을 못하게 만들어 결국 죽음으로 이 끌기도 한다.
그럼 이렇게 고질적으로 나타나는 딸꾹질은 어디가 아파서일까. 아직까지 원인 모를 경우가 더러 있지만 중추신경(뇌)에 출혈이나 암·염증이었을 때, 즉 뇌졸중 환자나 뇌 암 환자에게서 종종 나타난다. 그리고 횡경막신경을 자극하는 횡경막 암이나 간 비대·식도암·위암·장폐색·심근경색증 등이 있을 때, 그밖에 당뇨나 요독증(말기신부전)·전해질장애가 있을 때도 나타난다.
딸꾹질을 없애는 방법은 예로부터 민간요법을 통해 익히 알고 있듯이 ▲웅크리고 앉아서 숨쉬는 것을 일시적으로 참는다 ▲얼음물을 마신다 ▲추울 때 (특히 아이의 경우) 따뜻한 물을 마신다 ▲설탕을 먹는다 ▲재채기를 유도한다 ▲목젖을 자극한다 혀를 잡아당기고 입천장을 면봉으로 자극한다 ▲등을 두드린다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병원의 응급실에서는 이런 방법을 한번 더 시도해보고 복부의 팽창으로 생기는 경우에는 구토를 유발시키거나 튜브를 꽂으며 신경을 자극하기 위해 경 정맥이나 안구를 마사지하기도 한다. 그래도 조절되지 않으면 약물제제를 투입하고 이것도 안 되면 마취·최면 등을 시행하며 마지막으로 횡경막 신경을 절단하기도 한다.
남성 딸꾹질의 90%는 신체에 이상이 있어서 오지만 여성 딸꾹질의 80%는 정신적인 이상으로 온다고 보고되어 있다. 앞서 예를 든 환자는 검사 결과 위암이 발견됐으며 별로 진행되지 않은 상태라 수술 후 지금까지 경과가 좋다고 한다.
의사들은 성인이 오랫동안 자주 딸꾹질을 하면 이것을 가볍게 넘기지 말고 무엇인가 숨어있을지도 모르는 질병 찾기를 충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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