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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여당도 등판…KT 차기대표 인선 무슨 일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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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KT 차기 대표이사(CEO) 후보에 전·현직 KT 출신만 포함된 것을 놓고 여권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2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KT 이사회가 지원자 33명 가운데 면접 대상자 4명을 발표했는데 모두 KT 전·현직 임원이어서 차기 대표 인선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해 버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KT 내부에서는 구현모 현 대표가 업무상 배임 의혹으로 수사 대상이 되자 갑자기 (후보직에서) 사퇴하고, 이후 자신의 ‘아바타’인 윤경림 사장을 세우고 2순위로 신수정 부사장을 후보군에 넣으라는 지시를 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며 “‘이권 카르텔’을 유지하려는 전형적 수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기 CEO 후보 4명은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 임헌문 KT 매스총괄(사장),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부사장)으로 모두 ‘KT맨’이다.

구 대표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3월 선임됐다. 이달 임기 3년을 채운 뒤에도 연임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그러나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수사가 진행되면서 지난달 중도 하차했다. 그런데도 뒤로 물러서는 액션만 취하고 실제로는 자기 사람을 심으려 한다고 여당은 보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과방위원은 통화에서 “구 대표가 KT에서 마치 오너 행세를 하고 있다”며 “측근을 후임 사장으로 임명해 사유화하려고 시도하고 있어 이를 막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최근 윤 대통령이 ‘KT는 국민의 기업이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가 (CEO가) 됐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정파적 인사보다는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KT를 이끌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KT는) 민생에 주는 영향이 크고, 주인 없는 대기업은 지배구조가 중요한 측면이 있어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지배구조)가 이뤄져야 한다”며 “그게 안 되면 손해는 국민이 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거버넌스 문제를 강조하며, 특정 인물을 CEO로 미는 게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윤진식 전 장관 등 원하는 인사가 후보에서 탈락하니 지배구조를 명분으로 CEO 인선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KT 내부에서는 “더는 외압이 없어야 한다”는 싸늘한 반응이 나온다. KT 직원은 “KT 출신 인사들만 후보로 선정된 것은 오히려 ‘낙하산’ 논란을 차단하고 원칙에 따라 전문성을 평가한 결과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산업계도 이미 20년 전 민영화한 기업의 CEO 선임 과정에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이력이 없는 정·관계 인사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등 일반 상식과는 맞지 않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인다.

대기업 관계자는 “유독 KT에서 ‘낙하산 인사’ ‘채용 비리’ 등의 구설이 많았던 것은 공기업의 그늘이 남아 있다는 의미”라며 “전문성을 지닌 CEO를 영입해 혁신 경쟁을 벌여야 할 시기에 소모적인 갈등을 빚는 것이 기업으로서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KT 구성원 사이에선 “후보군 중 누가 선임돼도 인정할 만한 인물”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KT 계획대로라면 오는 7일 최종 CEO 후보 1명을 선정한 다음 이달 말 주주총회 절차를 거쳐 확정하게 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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