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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윤 대통령 비전 매우 지지”…한·일관계 개선 힘 실을 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미국이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을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협력 파트너”라고 칭한 데 대해 “매우 지지한다(very much support)”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타개해 일본과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려는 쪽으로 움직이자 바이든 정부도 힘을 싣는 모양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한·일 양국이 공유하는 가치를 바탕으로 보다 협력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만들어 가기 위한 비전을 제시했다”며 “우리는 이 비전을 매우 지지한다”고 밝혔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이어 “최근 몇 달간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한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박수를 보낸다”며 “한·일이 과거사 문제를 치유와 화해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데 대해 미국도 고무돼(encouraged) 있다”고 덧붙였다.

미 국무부가 한·일 관계를 두고 이런 입장을 낸 건 최근 몇 년간 없었던 일이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해부터 한·미·일 협력을 줄기차게 강조했던 바이든 정부로서는 한·일 양국이 관계 개선에 노력을 쏟는 상황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간 한·미·일 협력 강화에는 적극적인 반면, 한·일 양자 관계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신중하게 접근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었던 영향도 있지만 과거 중재에 나섰다가 나중에 무위로 돌아갔던 경험 때문이란 지적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박근혜 정부 당시 미국 오바마 정부가 추동해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당시 부통령과 국무부 부장관을 지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나는 헤어지려는 부부를 다시 붙여 놓는 이혼 상담사와 같았다”(2016년 8월, 애틀랜틱 인터뷰)고 회고할 만큼 역량을 쏟아부었다.

정부는 미국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이 일종의 ‘지원 사격’이 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정례 브리핑에서 프라이스 대변인의 발언 내용을 언급했다.

일본 주요 언론들도 2일 윤 대통령의 기념사 내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결을 주문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일본이 오랫동안 어필해 온 일·한 관계의 미래 지향에 중점을 두는 자세가 선명했다”고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면 사설을 통해 “윤 대통령이 민족주의가 고조되는 장소(유관순기념관)에서 애써 일본과의 협력의 중요성을 국민에게 설명한 것은 의미가 있다”며 “윤 정부하에서 현안을 해결할 수 없다면 일·한 관계 정상화는 멀어진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지도력을 발휘할 때”라고 강조했다.

마이니치신문 등은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를 의회 내 초당파 모임인 일한의원연맹 회장으로 추대하기 위한 물밑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한국을 중시한다는 시그널을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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