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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한두 명에 의존한 수사 아냐”…이재명 “목표물 향한 사법사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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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설명하며 “대장동, 위례, 성남FC 사건은 죄질과 범행의 규모 면에서 단 한 건만으로도 구속이 될 만한 중대범죄”라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국회의원 이재명에 대한 체포동의요청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2023.2.27/뉴스1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국회의원 이재명에 대한 체포동의요청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2023.2.27/뉴스1

한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인허가 장사”, “후불제, 할부식 뇌물지급” 등의 표현을 써 가며 약 15분에 걸쳐 체포동의안 요청 이유를 설명했다.

한 장관은 먼저 위례ㆍ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을 “성남시민의 자산인 개발 이권을 미리 짜고 내정한 김만배 일당에게 고의로 헐값에 팔아넘겨 성남시민에게 천문학적 피해를 준 범죄”라고 규정했다. 이어 “비유하자면 영업사원이 100만 원짜리 휴대폰을 주인 몰래 아는 사람에게 미리 짜고 10만원에 판 것”이라며 “주인은 90만원의 피해를 본 것이지, 10만원이라도 벌어준 것 아니냐는 변명이 통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 장관은 7가지 구체적 사례를 들며 이 대표와 김만배 일당이 “사기적 내통을 했다”고 했다. “시민 입장에서는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 아니라 ‘단군 이래 최대 손해’”라고도 주장했다.

한 장관은 성남FC 사건에 대해선 “이 시장이 인허가권을 사유화해 현안이 있는 기업을 타깃으로 노골적인 인허가 장사를 한 것”이라며 “현안이 있는 만만한 관내 기업체를 골라서 이 시장 측이 먼저 흥정을 걸고 뇌물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한 장관은 네이버 내부 자료를 언급하며 “인허가 단계에 맞춰서 40억 원을 4회에 걸쳐 분할지급하는 ‘후불제, 할부식 뇌물 지급’의 구체적 계획이 드러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장관은 특히 “한두 명 입에 의존하는 수사가 아니다”라며 “물적 증거가 많이 남아있고 관련자가 아주 많다”고 했다. “야당 탄압”이라는 민주당 공격을 의식한 듯 “제가 설명해 드린 어디에도 ‘민주당 대표 이재명’의 범죄혐의는 없다, 오직 ‘성남시장 이재명’ 지역 토착비리 범죄혐의만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 장관이 발언하는 동안 이 대표는 의자에 기대어 앉아 묵묵히 내용을 들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에 관해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에 관해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이 대표가 신상발언에 나섰다. 그는 “영장 혐의내용이 참으로 억지스럽다”며 “목표물을 잡을 때까지 하는 사법 사냥”으로 규정했다. 5분간 발언에서 이 대표는 “검찰에 목이 잡혀 궁박해진 이들의 바뀐 진술 말고는 그 장기간의 대규모 먼지떨이 수사에도 아무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며 “오히려 업자들이 욕하며 반발한 사실과 ‘정영학 녹취록’ 같은 무죄정황만 차고 넘친다”고 말했다. 또 “‘영향력이 큰 제1야당 대표라 구속해야 한다’는 등의 해괴한 억지와 정치적 언어만 가득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또 “50억 클럽은 면죄부를 주고 도이치모터스는 수사하지 않는 윤석열 검찰이 ‘이재명은 반드시 잡겠다’고 검사 60여명 투입해 근 1년간 탈탈 털고 있다”며 “수사가 사건이 아닌 사람을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권력자가 권력을 사적 남용하는 건 주권자에 대한 배반이자 민주 공화정에 대한 도전”이라며 “법치 탈을 쓴 정권 퇴행에 엄중 경고를 보내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국회 앞에서는 양당 지지층이 스피커와 확성기를 틀고 결집해 체포동의안에 대한 찬반 시위를 펼쳤다. 국회의사당역 앞에 200여명가량이 결집한 이 대표 지지단체는 “이재명을 지켜내자”, “대한민국 부결처리” 등의 구호를 외치며 체포동의안의 부결을 촉구했다. 반면 길 건너편에 모인 보수단체는 “이재명 구속”을 연달아 외쳤다. 이 과정에서 확성기를 달고 “이재명 구속”을 외치는 승용차가 이 대표 지지단체 옆을 지나가자 이 대표 지지자들이 차를 발로 차는 등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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