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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기다렸다" 인천공항 주차대란…그래도 차 필요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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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인천국제공항 제2 터미널 인근 장기주차장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붐볐다. 인천공항은 몰려드는 자가용 차량으로 주차난이 벌어지고 있다. 강기헌 기자

지난 24일, 인천국제공항 제2 터미널 인근 장기주차장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붐볐다. 인천공항은 몰려드는 자가용 차량으로 주차난이 벌어지고 있다. 강기헌 기자

지난 24일 오후 1시쯤.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인근 장기주차장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붐볐다. 터미널과 주차장을 오가는 셔틀버스가 멈춰서는 정류소 주변 ‘주차 명당’은 이미 승용차로 빼곡했다. 몰려드는 차량에 불법 주차 단속 차량도 주차장 입구에 대기하고 있었다.

코로나19 홍역을 치른 인천공항이 이번엔 주차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항 주차장은 수용률 100%를 초과한 상태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 주말 기준 주차장 수용률이 117%를 기록했다. 주차 공간 부족은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생긴 고민거리다. 인천공항 제1·2터미널에 마련된 주차장은 모두 4만9500면으로, 과거엔 충분한 수준이었다.

최근 인천공항 여객 수요는 일평균 13만 명 수준으로 코로나19 직전 일평균 여객 20만 명에 비하면 65% 수준이다. 그럼에도 주차장이 부족한 건 승용차를 이용해 공항을 찾는 여객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승용차를 이용해 인천공항을 찾는 여객은 코로나 전에는 전체 여객의 30.3%에 불과했으나 올해 들어서는 48.9%로 확연하게 증가했다. 공항 이용객 두 명 중 한 명이 자가용으로 공항을 방문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자동차를 이용하는 여객이 늘면서 주차대행 서비스 대기 시간도 늘었다. 지난달 인천공항 주차대행 서비스를 이용한 최모(42)씨는 “겨울 휴가차 동남아를 다녀왔는데 얇은 옷차림으로 1시간 넘게 공항에서 떨어야 했다”며 “공항 주차대행 서비스를 종종 이용하지만 1시간 넘게 기다린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과 도심을 오가는 공항버스가 코로나19 이전 대비 줄어든 것도 주차난의 원인으로 꼽힌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공항버스 운행 편수는 코로나 전과 비교해 45%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실제로 서울 도심과 인천공항을 오가는 버스는 코로나 이전에는 하루 1266편이었으나 현재는 602편에 불과하다. 회복률로 따지면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48% 수준이다.

경기도와 공항을 오가는 공항버스는 더 줄었다. 경기 공항버스는 코로나 직전에는 하루 903편이었으나 현재는 하루 371편에 불과해 회복률은 41%에 그치고 있다.

공항버스 공급이 줄어든 만큼 승용차를 이용하는 여객이 늘었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공항 여객 교통수단 분담률에서 승용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증가세가 확연하다. 인천공항 교통수단 분담에서 승용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하는 기간 동안 버스는 56.4→30%로 26.4%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기간 택시는 3.5→10%로, 공항철도는 9.3→11.1%로 각각 소폭 증가했다.

지난 24일, 인천국제공항 제2 터미널 인근 장기주차장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붐볐다. 인천공항은 몰려드는 자가용 차량으로 주차난이 벌어지고 있다. 강기헌 기자

지난 24일, 인천국제공항 제2 터미널 인근 장기주차장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붐볐다. 인천공항은 몰려드는 자가용 차량으로 주차난이 벌어지고 있다. 강기헌 기자

인천공항공사는 중국 입국비자 발급이 재개되면서 주차난이 더 심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여객 수요가 몰리는 5월 초와 하계 성수기에는 주차장 부족에 따른 여객 불편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차장 부족이 눈앞에 다가왔음에도 해결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버스 증편을 위한 재정 지원에 대해선 서로 핑퐁 게임을 할 뿐이다. 공항버스 운송사는 “여객 수요 증가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없이는 선제적으로 버스를 증편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항버스 운행허가권을 가진 지방자치단체는 “공항버스보다 지역 내 버스 노선에 대한 지원이 더 중요하다”며 “공항버스에 대한 별도의 재정 지원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공항버스 운송사에 4억2000만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 버스 노선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누적 적자로 추가 지원은 힘든 상황”이라며 “여객 불편이 예상되는 상황이라 중앙정부가 나서서 중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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