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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챗GPT 시대의 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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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박형수 기자 중앙일보 기자
박형수 국제부 기자

박형수 국제부 기자

최근 핀란드와 관련해 나토(NATO) 가입 여부가 가장 뜨거운 이슈지만, 한국인에게 이 나라는 예전부터 ‘교육 강국’으로 통했다. 2000년 OECD가 처음 실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핀란드가 종합평가 1위를 차지하면서다. 3년 간격으로 시행하는 이 시험에서 핀란드는 2003년, 2006년 연속 종합 1위였다.

이후 강력한 사교육에 기반한 한국·싱가포르·중국 등에 밀려 핀란드 순위가 10위 정도로 뒤처졌지만, 세계인의 뇌리엔 공교육만으로 빼어난 성과를 이룬 핀란드가 ‘교육 천국’으로 각인됐다. 특히 과도한 경쟁과 사교육 열기로 종종 ‘압력밥솥’에 비유되는 우리 교육계엔 핀란드가 선망의 대상이다.

요사이 핀란드 교육이 다시 화제다. 지난해 불가리아의 ‘오픈 소사이어티 연구소’가 발표한 ‘미디어 리터러시(미디어를 통한 정보 취득 능력과 이해력) 지수’에서 핀란드가 5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이 지수는 유럽 41개국을 대상으로, 국가별 언론 신뢰도와 평가자의 읽기·과학·수학 능력 등을 종합해 산출한다.

이 지수가 높은 이들은 콘텐트 속에서 허위 정보를 걸러낼 수 있어 가짜뉴스에 함몰되지 않으며 팩트(fact)를 찾아내는 회복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핀란드는 2013년부터 유치원과 학교는 물론 도서관 등에서 청·장년과 노년층에게도 미디어 속 ‘가짜 정보’ 식별법을 가르쳐왔다.

이는 챗GPT와 맞물려 주목받는다. 일각에선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콘텐트를 만들어내는 챗GPT가 지금의 소셜미디어를 대체할 가짜뉴스의 새 플랫폼이 될 거라 우려한다. 얼마 전 중국판 챗GPT 등장에, 대만이 “중국의 입장만을 대변할 테니, 대만판을 만들어 대응하겠다”고 했다. 챗GPT에 ‘의도된 데이터’만을 학습시켜 편향된 정보를 퍼뜨리는 스피커로 삼는 게 가능하단 얘기다.

한국은 챗GPT판 가짜뉴스에 대응할 준비가 됐을까. 2018년 PISA 결과, 읽은 내용 중 사실과 의견을 구별해낸 한국 학생은 25.6%였다. OECD 평균치의 절반 수준으로, 사실상 꼴찌다.

“나토 가입을 앞두고 러시아가 가짜뉴스를 대량 쏟아내지만, 우린 교육의 효과를 믿는다.” 핀란드 교육부 담당자의 말이다. 교육은 백년대계라는데, 이들의 선구안과 자신감이 어느 때보다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