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한·미·일 미사일 방어 훈련, 한·일 관계 정상화 계기 되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한·미·일이 22일 동해의 공해상에서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은 앞에서부터 한국 해군 세종대왕함, 미국 해군 배리함, 일본 해상자위대 아타고함. [합참]

한·미·일이 22일 동해의 공해상에서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은 앞에서부터 한국 해군 세종대왕함, 미국 해군 배리함, 일본 해상자위대 아타고함. [합참]

파탄 직전 지소미아, 훈련 통해 사실상 복원돼

안보 협력이 강제 징용 문제 해결로 이어져야

한·미·일 세 나라가 어제 동해에서 북한 미사일 방어 훈련을 실시했다. 북한이 돌연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위기 상황을 상정해 탐지에서 추적 및 요격하는 모든 과정을 실전처럼 훈련했다. 지난해 10월에 이은 두 번째 미사일 방어 훈련이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면서 북한 미사일 방어는 가장 시급한 3국의 안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번 훈련에선 북한이 쏜 가상의 미사일을 가장 가까운 곳에 배치된 우리 해군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이 먼저 탐지하고, 그 정보를 미 해군 이지스함이 받아 미군 데이터링크 시스템의 중계로 일본 해상자위대에 전파했다. 미 해군은 동해에서 작전 중인 이지스함에 장착된 SM-3 미사일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고, 일본은 미사일의 파편이 떨어지는 상황에 대처하는 게 훈련의 핵심 내용이다.

올해 처음 실시한 이번 미사일 방어 훈련은 모두 가상 시나리오와 시뮬레이션으로 이뤄졌지만 그 의미는 크다. 지난 문재인 정부가 한·일 관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 꽉 막혔던 양국의 군사협력이 재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파기 직전까지 갔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이번 훈련을 통해 사실상 복원됐다고 한다.

한·일 양국의 안보협력은 정상화를 넘어 더욱 확대돼야 한다. 북한이 한국과 일본, 미국 본토에 닿는 핵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일 군사협력은 어느 때보다 시급하고 중요하다. 더구나 주일 미군기지는 유엔사의 중요한 후방기지여서 북한 미사일의 표적이 될 수 있다. 한반도 유사시 일본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 훈련을 계기로 한·일 양국은 지소미아를 통해 정보 교류를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일제 강제징용 배상 문제도 하루빨리 해결해 묵은 감정을 털어내야 한다. 지난 18일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일본 측에 성의 있는 정치적 결단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도 성의를 다해 배상 문제 해결에 나서 주길 기대한다. 지금 국제 상황은 세기적인 안보 전환점에 접근해 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확전과 함께 장기화할 소지가 크다. 중국은 2027년께 대만 공략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고, 북한도 머지않아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전술핵을 완성해 한·미·일을 지속적으로 위협하려 들 것이다.

유럽과 대만, 한반도에서 동시에 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 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와 권위주의 국가 사이에 신냉전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한·일 관계의 조속한 복원을 토대로 조만간 다가올 복합적 안보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