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출산율 0.78’ 국가 소멸 위기, 대통령이 나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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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 중구의 한 병원 신생아실에 놓인 아기 바구니 곳곳이 비어 있다. [뉴스1]

서울 중구의 한 병원 신생아실에 놓인 아기 바구니 곳곳이 비어 있다. [뉴스1]

한국 사회, 초저출산 위기의식 너무 안이해

인구 등 미래 이슈 다룰 국회 상임위도 필요

한국의 합계 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졌다.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2022년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78명으로 전년 대비 0.03명 줄어들었다. 1970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1970년대 초 4명 수준이던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74년 3명대(3.77명), 77년 2명대(2.99명), 84년 1명대(1.74명)로 하향했다. 급기야 2018년에는 0명대(0.98명)로 추락했다. 국제 통계로 보면 한국의 합계 출산율이 얼마나 심각한지 더욱 실감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줄곧 OECD 국가 중 합계 출산율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20년 기준으로 합계 출산율이 1명 미만인 나라는 한국뿐이다.

합계 출산율 세계 꼴찌라는 상황은 한국 사회가 많은 부문에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처해 있음을 의미한다. 당장 ‘국가 소멸’이란 얘기부터 나온다.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는 우리나라 총인구가 2029년에 5000만 명 선이 무너지고, 2076년 3000만 명 미만, 2100년께는 1650만 명으로 쪼그라들고, 2300년께면 100만 명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더구나 이런 예측은 합계 출산율이 2030년 이후 1.0 이상으로 다소 회복됐을 때를 전제로 한 것이다.

인구 급감으로 인한 국가 소멸이 다소 먼 얘기라면, 조만간 닥칠 위기도 적지 않다.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면서 그러잖아도 부실한 연금 재정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고, 소비가 줄면서 경제가 활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미 닥친 위기도 적지 않다. 소아과·산부인과가 의사들의 기피 전공이 되면서 관련 병원 찾기가 어려워졌다. 대학이 정원을 채우지 못해 문을 닫고, 교대를 졸업하고도 2~3년을 기다려야 초등학교 교사로 임용될 수 있는 게 지금의 상황이다.

하지만 초저출산에 대한 한국 사회의 위기의식은 지나칠 만큼 안이하다. 그간 수많은 연구가 이뤄졌고, 원인과 대책 또한 이미 많이 나와 있다. 그럼에도 출산율이 회복되는 게 아니라 거꾸로 계속 떨어진다는 건 아무도 근본 원인을 해소할 행동에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 소멸의 위기라면 저출산 대책을 국가 정책의 최우선에 둬야 하지만 정부에서도, 국회에서도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관련 정책의 최전선에 서야 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정치를 위한 장식인 게 현실이다. 부위원장직에 임명됐던 나경원 전 의원이 대통령실과의 갈등 끝에 3개월 만에 해임된 게 단적인 예다. 대한민국은 지금 서서히 가라앉는 배 안에서 오늘 끼니를 고민하는 모습이다. 대통령이 말 아닌 행동으로 저출산 극복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핀란드처럼 미래 이슈를 현안으로 끌어들여 해결하는 국회 미래상임위원회와 같은 시스템적 대안도 적극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