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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ICBM에 한·미·일 이지스함들 모였다…속도 붙는 한·일 공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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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한·미·일 함정이 22일 한데 모여 북한 미사일에 대응하는 훈련을 벌였다. 지난해 10월에 이어 두 번째 열린 3국의 미사일 방어훈련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맞서 군사적으로 한·일 양국이 더욱 밀착하는 모양새다.

22일 동해상에서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앞쪽부터)', 미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배리',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아타고'가 미사일 방어 훈련을 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22일 동해상에서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앞쪽부터)', 미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배리',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아타고'가 미사일 방어 훈련을 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한·미·일 이지스 구축함 3척이 동해에서 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했다. 합참 관계자는 “한국 해군의 세종대왕함, 미 해군의 배리함, 일본 해상자위대의 아타고함이 참가했다”며 “훈련 지역은 지난해 10월 훈련 때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6일 처음으로 실시된 한·미·일 미사일 방어훈련은 독도 동쪽 100해리(185㎞) 떨어진 장소에서 이뤄졌다.

이번 훈련은 가상의 북한 미사일이 발사된 상황을 시뮬레이션으로 상정한 뒤 이와 관련한 정보를 공유하고 탐지·추적·요격 절차를 숙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발사 초기 단계의 표적 정보를 한국이 미측에 보내면 미측이 이를 일본과 공유하는 식이다. 반대로 일본이 포착한 종말 단계의 표적 정보는 미국을 거쳐 한국으로 전달된다. 지구 곡률을 감안해 미사일 탐지와 추적에 한·일이 역할을 분담한 셈이다. 이후 최종 요격 절차는 SM-3 요격미사일을 보유한 미 함정에서 이뤄졌다.

21일 동해상에서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오른쪽부터)', 미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배리',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아타고'가 미사일 방어 훈련을 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21일 동해상에서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오른쪽부터)', 미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배리',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아타고'가 미사일 방어 훈련을 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이 같은 미사일 방어훈련은 북한의 도발에 직접 대응하는 성격이 짙다. 군 당국자는 “한·미·일 미사일 방어훈련과 비슷한 내용으로 3국 간 미사일 경보훈련은 수시로 진행돼왔다”며 “경보훈련은 정기적으로 열리는 반면 방어훈련은 때에 따라 실시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미사일 방어훈련의 경우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한 직후 이뤄졌다. 당시 동해에서 한·미·일 대잠수함전 훈련을 마친 뒤 일본 해역으로 돌아가던 로널드 레이건 항모전단은 북한의 IRBM 도발에 다시 방향을 틀어 훈련을 벌였다.

이번 훈련의 경우 지난 18일 북한의 ICBM 발사를 계기로 3국간 논의가 시작됐다고 한다. 합참은 20일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도발을 벌였을 때 이미 “한·미·일 안보협력을 바탕으로 확고한 대응태세를 갖추겠다”는 내용의 입장을 냈다. 북한 도발 상황에서 ‘한미간 긴밀한 공조’ 대신 ‘한·미·일 안보협력’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건 전례가 없던 일이다. 3국의 훈련 계획이 북한의 ICBM과 SRBM 도발 사이에 구체화했다는 의미다.

군 당국은 앞으로 이 같은 3국 미사일 방어훈련을 수시로 진행할 계획이다. 시뮬레이션이 아닌 실사격 훈련이 논의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미일 해상지휘관이 22일 일본 요코스카에 위치한 미국 블루릿지함에서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명수 한국 해군작전사령관(중장), 칼 토마스(Karl Thomas) 미국 7함대사령관(중장), 사이토 아키라(Saito Akira) 일본 자위함대사령관(해장/중장급). 해군

한미일 해상지휘관이 22일 일본 요코스카에 위치한 미국 블루릿지함에서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명수 한국 해군작전사령관(중장), 칼 토마스(Karl Thomas) 미국 7함대사령관(중장), 사이토 아키라(Saito Akira) 일본 자위함대사령관(해장/중장급). 해군

한·미·일 공조를 토대로 한·일 안보협력의 접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한·미·일은 일본에서 3국 해상 지휘관 회의를 열고 향후 훈련과 정보 공유를 강화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하지만 일각에선 한·일 안보협력이 일본 자위대를 정상 군대로 인정하거나 유사시 한반도에 일본 개입을 용인하는 빌미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군 당국자는 “한미동맹이라는 기본 축에 한·미·일 협력이라는 축이 추가되는 것”이라며 “한·일 안보협력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데 국한된다”고 선을 그었다. 박영준 국방대 교수는 “북한이 대화에 나서지 않고 위협 수위를 높이는 현 상황에서 한·일 안보협력은 불가피하다”며 “다양한 안보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외교적 활로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ㆍ미는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미 국방부 청사에서 8차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DSC TTX)을 연다. 한국에서 허태근 국방정책실장, 미측에서 싯다르트 모한다스 국방부 동아시아 부차관보와 리처드 존슨 핵ㆍWMD(대량살상무기) 대응 부차관보 등이 참석한다. TTX는 토론식 도상 연습이다. 북한의 핵 위협과 핵 사용 상황을 관리하고 군사적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한ㆍ미 대표단은 DSC TTX에 이어 미국 조지아주 킹스베이에 있는 미 핵잠수함 기지를 방문한다. 이 곳은 유사시 북한을 타격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장착한 전략잠수함이 배치됐다. 할 계획이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 의지를 재확인하는 성격의 방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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