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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또 숫자로 밀어붙였다…상임위서 '노란봉투법' 강행 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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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의 파업 범위를 확대하고, 불법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은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한 ‘노란봉투법’이 야당 단독 표결로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여당은 표결 직전 거세게 항의하면서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1일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열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의결했다. 노조법 개정안은 2014년 법원이 쌍용차 파업 노동자에게 47억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리자 시민단체가 노란 봉투(월급봉투)에 성금을 모아준 일에 빗대 ‘노란봉투법’으로 불려 왔다.

전해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환경노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여당 의원들의 반발 속에 거수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의결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전해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환경노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여당 의원들의 반발 속에 거수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의결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이번에 통과된 노조법 개정안은 지난 15일 열린 환노위 법안소위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사용자 개념을  ‘근로자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장하고(2조 2호) ▶불법 쟁의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개인별로 구별하도록 해 지금처럼 연대채무를 지지 않도록 하는 내용(3조) 등이 포함됐다.

민주당·정의당은 수적 우위를 앞세워 개정안을 밀어붙였다. 여당이 숙의하자며 신청한 지난 17일 안건조정위원회도 단 15분 만에 종료됐다. 21일 전체회의에서도 여당 의원들은 “위헌적 소지가 있다”(김형동),“ ”날치기로 통과시키면 부작용을 누가 책임질 거냐“(이주환)고 항의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사용자 개념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자’로 확대하는 것은 이미 법원 판례로 확립된 정상적인 입법”(이수진), “이제는 더 시간 끌지 말고 결정할 때”(윤건영)라며 표결을 고집했다.

환노위 여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 등 국민의힘 위원들이 21일 오전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상정에 맞서 퇴장하며 전해철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노위 여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 등 국민의힘 위원들이 21일 오전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상정에 맞서 퇴장하며 전해철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1시간가량 공방 끝에 민주당 소속 전해철 환노위원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개정안을 거수 표결에 부쳤다. 민주당과 정의당 위원은 손을 들어 찬성했고, 국민의힘 위원은 “역사 앞에 심판받을 것”(임이자)이라며 퇴장했다. 전 위원장은 “거수 표결했던 결과 찬성 9인, 반대는 없었다”며 가결을 선포했다.

국회법상 상임위 통과 법안은 법사위에서 60일간 심사를 마치지 않을 경우, 다시 상임위에서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본회의에 직회부 할 수 있다. 이미 민주당은 양곡관리법 등을 이같은 방식으로 본회의에 올렸다. 국회 환노위원 16명 가운데 야당 의원은 10명(민주당 9명, 정의당 1명)으로 요건을 충족한다. 다만 민주당 환노위 간사인 김영진 의원은 직회부 계획을 묻는 말에 “일어나지 않은 일을 가정해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합리적으로 국회법 절차대로 논의되길 희망한다”고 답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노란봉투법 입법 촉구 농성장 앞에서 열린 노란봉투법 환경노동위원회 통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노란봉투법 입법 촉구 농성장 앞에서 열린 노란봉투법 환경노동위원회 통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85일째 국회 본관 앞에서 노란봉투법 제정 촉구 천막 농성을 벌였던 정의당은 법 통과 직후 농성을 종료했다. 환노위원인 이은주 원내대표는 “노란봉투법은 노사 간 대화를 정착시킬 뿐 아니라 산업현장의 평화를 가져오는 산업평화촉진법이 될 것”이라며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21대 국회에서의 입법은 사실상 끝이라는 각오로 사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경제단체는 한목소리로 반발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오후 입장문에서 “현장에서는 법률적 판단의 부분까지 쟁의할 수 있게 되면서 실력 행사에 의한 문제 해결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남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재고해주시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전날 국회를 찾아 “윤석열 대통령께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고, 헌법소원도 검토할 것”(손경식 회장)이라고 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 “민법상의 도급 체계를 무너뜨려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를 교란할 것”이라고 거듭 유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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