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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식량난 와중에 북한 또 ICBM 도발…협박은 무용지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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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 건군절 75주년이던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이 주석단에서 열병식에 공개된 탄도미사일을 내려다 보고 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건군절 75주년이던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이 주석단에서 열병식에 공개된 탄도미사일을 내려다 보고 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일본 EEZ에 떨어진 화성-15형, 안보리 결의 위반  

한·미·일 결속만 강화될 뿐, 예정대로 훈련해야

북한이 올해 들어 첫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그제 발사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한 명백한 도발이다. 지난해 ICBM 여덟 발을 포함해 역대 최다인 41회에 미사일 68발을 쏜 북한은 올해도 연쇄 도발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개성 등 지방 도시들에서도 식량난이 가속화되고, 군인 1인당 식량 배급량까지 줄인다는 보도가 나오는 마당에 불꽃놀이하듯 미사일을 쏘고 있지만, 그들이 의도하는 대화에 미국이 응하지 않는다면 모든 게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지난 18일 오후 평양 국제비행장에서 사거리를 줄이기 위해 상승고도를 높여 고각으로 발사한 ICBM은 최고 고도 5768㎞로 66분간 989㎞를 비행한 뒤 일본 홋카이도 서쪽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쪽에 떨어져 일본이 발끈했다. 실사격했을 경우 1만4000㎞로 날아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거리로 추정됐다. 하지만 일본 전투기가 촬영한 낙하 당시 영상을 보면 탄두가 조각나며 불꽃처럼 소멸됐다. 지난해 11월 3일 실패한 이후 탄두부 중량을 줄인 개량형 화성-15형을 쐈지만 이번에도 대기권 재진입에 실패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ICBM 발사 이후 “여전히 남조선 것들을 상대할 의향이 없고 우리에 대한 적대적인 것에 매우 강력한 압도적 대응을 할 것”이라며 “바보들이기에 일깨워주는데 ICBM으로 서울을 겨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지 올해 70주년을 맞아 결속을 더욱 강화하는 한·미 동맹을 이간질하려는 노림수로도 풀이된다.

오는 22일 미국 국방부에서 북한의 핵 도발 시나리오를 상정한 ‘확장억제 수단 운용연습’(DSC TTX)을 한·미 양국이 같이 진행하고 다음 달 중순에는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자유의 방패’)을 앞둔 데다 미국 주도로 북한을 겨냥한 유엔 안보리가 소집되자 북한이 반발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지난 16일 윤석열 정부는 첫 국방백서를 발표하면서 “북한 정권과 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분명히 적시했다.

북한이 ICBM을 쏜 날 뮌헨안보회의(17~19일)에서 예정에 없이 만난 한·미·일 3국 외교부 장관은 한목소리로 북한을 규탄했고, 어제는 미국 B-1B 전략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에 전개돼 대북 경고 차원의 한·미 공군 연합훈련을 진행했다. 이처럼 북한이 아무리 도발하더라도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 결속을 강화해 줄 뿐이다. 도발로는 어떤 이득도 챙길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 국방부와 군은 북한의 근거 없는 협박에 조금도 휘둘리지 말고 예정된 훈련을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 핵이든 미사일이든 무인기든 정찰 풍선이든 북한의 도발에는 즉각 응징할 수 있는 태세를 완벽히 구축해 국민을 안심시켜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