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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초유의 야당 대표 구속영장…특권 내려놓고 진실 가려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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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대장동·위례 특혜 등 혐의, 현실화된 ‘사법 리스크’

‘방탄 국회’ 중단하고 증거와 법리 따라 마무리되길

검찰이 어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기도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때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민간 사업자에게 수천억원대의 특혜를 몰아줬다는 혐의(배임과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다. 그 과정에서 지방 공기업인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900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도 포함됐다. 이 대표는 프로축구단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기업들의 후원금을 유치하는 대가로 각종 인허가 특혜를 제공했다는 혐의(제3자 뇌물)도 받고 있다.

현직 제1 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원내 최대 의석의 야당 대표가 구속 수사를 받을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유감스럽다. 대한민국 헌법 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규정한다. 아무리 대단한 권력자라도 법을 어겼다면 상응한 처벌을 받는 게 당연하다. 이 대표는 검찰의 영장 청구에 대해 “독재정권이 검찰권 사유화를 선포한 날”이라고 반발했다. 지지자들을 선동해 정쟁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가 보이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다. 만일 그의 주장대로 결백하다면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증거와 법리로 혐의를 반박하는 게 마땅하다. 앞서 세 차례에 걸친 검찰 소환조사에서 이 대표는 서면진술서만 제출하며 사실상 진술을 거부하는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현역 의원인 이 대표에겐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되지 않는다는 불체포특권이 있다. 군사정권 시절 야당 의원에 대한 부당한 탄압을 막기 위해 마련한 장치다. 그러나 비리 혐의자가 ‘방탄 국회’에 숨어 체포를 면하는 수단으로 악용하라고 만든 건 아니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폐지하겠다고도 공약했다. 이제라도 특권을 내려놓고 국민과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고 민주당 의원들을 줄 세워 체포동의안 부결을 시도한다면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라고 할 수 없다.

민주당은 이 대표 개인 차원의 사법 절차를 ‘야당 탄압’이나 ‘정치 보복’의 프레임으로 몰고 가서도 안 된다. 이 대표에게 제기된 혐의는 과거 성남시장 시절에 발생한 일이다. 현재 민주당과는 직접 관계도 없다. 개인적 사안을 당의 문제로 끌어들일수록 이른바 ‘사법 리스크’는 커질 뿐이다. 지난해 말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가뜩이나 고물가·고금리로 서민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국회를 ‘방탄 기지’로 만드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말라.

검찰 역시 수사의 공정성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대선후보를 지낸 야당 대표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사법 처리 대상에 오른 건 매우 심각한 형국이다. 투명하고 공정한 수사만이 정치적 오해와 논란을 피할 수 있다. 가능한 한 신속하게 수사를 마무리하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진실은 결국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앞으로 이 대표가 재판에 넘겨진다면 법원 역시 오직 증거와 법리로 신속한 판결을 내려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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