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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아빠 되는 어펜져스 구본길 “금 7개 보여줄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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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16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 홍보관에서 포즈를 취한 구본길. 프리랜서 김성태

16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 홍보관에서 포즈를 취한 구본길. 프리랜서 김성태

구본길(34·국민체육진흥공단)은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한국 펜싱 남자대표팀(사브르)의 기둥이다. 김정환(40)·김준호(29)·오상욱(27)과 함께 ‘어펜져스(어벤져스+펜싱)’로 불린다. 이들은 2년 전 도쿄올림픽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했다. 지난해 8월에는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세계선수권 단체전 4연패의 기록을 세웠다.

구본길은 최근 특별한 경험을 했다. 지난 13일(한국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끝난 남자 사브르 월드컵에 후배 하한솔(30)·도경동(24)·박상원(23)을 이끌고 출전했다. 오상욱은 발목 수술로 재활 중이고, 김정환과 김준호는 팔꿈치가 좋지 않았던 탓에 다른 멤버들과 함께 나선 것이다. 그런데 후배들과 함께 출전한 월드컵에서 다시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구본길은 “모두 마음을 비우고 갔던 대회라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후배들이 정말 기대 이상으로 잘 뛰어줬다”며 “다른 나라 코치와 선수들도 ‘저 선수들은 도대체 몇 살이냐’고 물으면서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후배들이 이룩한 쾌거는 한국에서 응원하던 다른 ‘어펜져스’ 멤버에게도 자극제가 됐다. 최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그는 “다른 세 명 모두 진심으로 기뻐하면서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넸다”며 “어펜져스 멤버에게만 쏠렸던 부담을 덜어내는 한편, 자극도 받았을 것이다. 어펜져스도, 후배들도 앞으로 함께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했다.

오는 9월엔 코로나19 여파로 1년 미뤄진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구본길은 동료들과 함께 9월을 기다리고 있다. 아시안게임은 오히려 올림픽보다 심리적 압박감이 더 큰 대회다. ‘금메달을 따도 본전’이라는 주위의 시각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특히 구본길은 이번 대회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에 도전한다.

아시안게임 개인전엔 국가당 단 2명만 출전할 수 있다. 대표선수는 최종 엔트리 제출 전 세계랭킹 순으로 결정된다. 구본길은 19일 현재 한국 선수 중 순위(5위)가 가장 높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부터 개인전을 3연패한 그는 “한국 선수 최초로 아시안게임 4연패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구본길

구본길

금메달 두 개를 따면 더 큰 영광이 그를 기다린다. 구본길은 이미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5개를 땄다. 역대 한국 선수 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 기록은 6개다. 박태환(수영)·남현희(펜싱)·류서연(볼링)이 각각 금 6개로 최다 금메달 부문 1위다. 구본길이 이들을 뛰어넘어 아시안게임 역대 최다 금메달리스트로 등극할 기회다. 구본길은 “특별한 기회가 왔으니, 꼭 꿈을 이루고 싶다”고 했다.

한동안 개인전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지난해 6월 아시아선수권 개인전 우승으로 자신감이 붙었다. 2012년 도쿄올림픽 단체전 금메달을 함께 땄던 원우영 코치가 결정적인 조력자였다. 구본길은 “나는 원래 몸을 길게 쭉 뻗어서 공격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점점 끊어서 하거나 다른 동작으로 대체하려고 했다. 코치님이 그 부분을 지적해주신 덕분에 예전의 스타일을 되찾았다”며 “과거의 장점을 되찾으니 경기가 잘 풀렸고,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했다.

구본길은 다음 달 초 아빠가 된다. 2019년 10월 결혼한 뒤 3년 여 만에 첫 아들을 얻는다. 그는 “아직 실감은 잘 나지 않는다. 그래도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다”며 “아들이 친구들에게 ‘내 아빠가 구본길’이라고 자랑할 수 있을 때까지 선수 생활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내 목표는 (40세인) 김정환 형이 은퇴하는 나이보다 무조건 1년 더 하는 것”이라며 웃었다.

▶구본길은?

● 생년월일 : 1989년 4월 27일
● 신체조건 : 키 1m82㎝, 몸무게 72㎏
● 종목 : 펜싱 사브르 (오른손잡이)
● 소속팀 : 국민체육진흥공단
● 출신교 : 대구 만촌초-오성중-오성고-동의대
● 주요 수상 경력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단체전 은
2012 런던 올림픽 단체전 금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개인전·단체전 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인전·단체전 금
2021 도쿄올림픽 단체전 금
● 기타
2020년 12월 국제펜싱연맹 명예의 전당 등재
아시아 국가 최초 세계선수권 단체전 4연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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