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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무임승차, 지자체 책임? 정부 주장 반박할 통계 나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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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1호선 종로3가역에서 노인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지하철 1호선 종로3가역에서 노인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높이면 손실 비용을 지금보다 34%까지 절감할 수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또 무임승차로 인한 비용을 서울교통공사가 한국철도(코레일)보다 연간 1000억원 가까이 더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노인회 주최로 지난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도시철도 무임수송 정책토론회’에서 신성일 서울연구원 공간교통연구실 연구위원은 이런 분석 자료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무임승차 연령을 65세 이상에서 70세로 올리면 연간 무임손실 비용의 25~34%를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출·퇴근 시간대인 오전 7~9시에만 요금을 부과하면 6~8%, 오전(7~9시)·오후(6~8시) 모두 부과하면 13~16%정도 적자를 줄일 수 있다고 신 위원은 설명했다. 대구·대전 등 지자체는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도시철도 무임수송 정책토론회에서 축사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문희철 기자

도시철도 무임수송 정책토론회에서 축사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문희철 기자

신 위원은 2019부터 2020년까지 2년간 전국 지하철 무임 승객 이동거리와 발생 비용도 분석했다. 그 결과 무임 승객이 서울교통공사 관할 노선을 타고 이동한 거리는 14억~19억㎞였다. 반면 코레일 운영 구간에선 이동 거리가 13억~17억㎞에 머물렀다. 이 기간 무임승차로 인해 부담하는 비용은 서울교통공사(1825억~2444억원)가 코레일(1013억~1370억원)보다 연간 2배 가까이 많았다.

이에 대해 신 위원은 “서울교통공사 부담이 코레일보다 크다는 것을 수치로 보여주는 통계는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이라며 “사실상 전 국민이 서울지하철을 이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임수송은 국가 사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하철 운영기관별 무임수송 기여도. 그래픽박경민 기자

수도권 지하철 운영기관별 무임수송 기여도. 그래픽박경민 기자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는 “해당 지자체 주민만 이용하는 지하철 관련 업무는 국가 사무가 아니다”라며 “그러니 지하철 적자도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코레일이 운영하는 지하철 노선의 무임승차 적자만 국비로 지원한다. 지원 규모는 전체 무임 수송비의 약 70%다. 코레일 노선은 해당 지역 주민만이 아니라 전 국민이 이용한다는 이유에서다.

“기재부, KDI에 무임수송 효과 용역해야”

수도권 지하철 운영기관별 무임수송 비용 감내도. 그래픽 박경민 기자

수도권 지하철 운영기관별 무임수송 비용 감내도. 그래픽 박경민 기자

이날 토론회에서는 무임수송을 사회 복지 정책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하철 무임승차를 허용하면 노인 의료비 절감, 우울증 예방 등 비용을 연간 3600억원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기재부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용역을 맡겨 노인 무임수송의 사회적·경제적 효과를 제대로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토론회 축사에서 “지금 세대가 책임을 미루면 청년들, 미래 세대에게 견딜 수 없는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면서 “우리나라가 급격히 고령 사회로 접어들면서 적자 규모가 커진 만큼 무임수송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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