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알 400원 만두, 1조어치 팔았다…식품 ‘3조 클럽’ 4→8개 비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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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K-만두' 글로벌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인천 중구의 CJ제일제당 인천냉동식품공장에서 작업자가 성형된 만두를 육안으로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백일현 기자

15일 오후 'K-만두' 글로벌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인천 중구의 CJ제일제당 인천냉동식품공장에서 작업자가 성형된 만두를 육안으로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백일현 기자

지난 15일 오후 인천 신흥동에 있는 CJ제일제당 공장. 지난해 전 세계에서 1조원어치가 팔린 ‘비비고 만두’의 대표적 생산기지다. 미국·독일·일본·베트남 등 6개국 36곳에 있는 글로벌 만두 공장의 원조 격이기도 하다.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만두소를 구성하는 돼지고기와 야채의 강한 향내가 코를 찔렀다. 이곳에서는 국내에서 인기 있는 ‘왕교자’와 미국에서 판매 1위인 ‘치킨고수만두’ 등을 주로 생산한다. 개당 35g인 왕교자만 하루에 150t씩 만든다.

비비고 만두는 개당 400원쯤 한다. 이런 낮은 가격으로도 글로벌 판매 1조원을 기록하는 비결은 남다른 연구개발(R&D)이다. 이곳에선 재료를 갈기보다 칼로 썰어서 맛을 낸다. 만두피 반죽도 9000번 가까이 치대 쫄깃함을 살린다. 장광문 CJ제일제당 혁신팀 과장은 “이런 쫄깃함과 살아있는 식감이 해외에서 인기 비결 중 하나”라고 자랑했다. 만두를 포함해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식품사업에서 매출 11조1042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기업이 식품 사업만으로 연간 매출 10조원을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식품 기업 몸집 커져…해외 사업 비중 최대 47%

16일 관련 업계와 증권가 등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을 선두로 지난해 국내 식품 업계에서 매출 3조원 이상을 올린 이른바 ‘3조 클럽’ 기업이 기존 4곳(CJ제일제당, 동원F&B, 대상, 현대그린푸드)에서 8곳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제과(4조745억원)와 SPC삼립(3조3145억원), 오뚜기(3조1833억원·잠정공시), 농심(3조1291억원)이 추가되면서다.〈그래픽 참조〉

이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복합위기 상황 속에서 거둔 성적이다. 원부재료값·인건비·물류비 인상 등으로 제품 가격을 올리고, 합병으로 덩치를 키운 측면(롯데제과 등)도 크지만, 해외 시장 공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저부가 내수 업종이라는 기존의 인식을 깨뜨리고 K푸드가 부상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식품으로만 해외에서 5조181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식품 매출 중 47%다. 이 회사 만두의 미국 시장 점유율(그로서리 채널 기준)은 41.4%에 이른다. 치킨·가공밥도 해외에서 많이 팔렸다.

‘종가’ 김치로 유명한 대상과 ‘빼빼로’를 앞세운 롯데제과의 해외 사업 비중도 각각 35%, 19.5%에 이른다. 국내 식자재 사업이 주력인 현대그린푸드를 빼고는 동원F&B, SPC삼립 등도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신라면 9300억, 빼빼로 1400억 매출   

대표적인 회사가 농심이다. 해외 사업 비중이 2017년 25.1%에서 지난해 35.9%로 높아졌다. 농심 관계자는 “K푸드 수요 증가와 지난해 본격 가동한 미국 제2공장 생산량 증가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미국·중국에서 공장 6곳을 운영 중이다.

현지 공장도 늘리는 추세다. 대상은 인도네시아·베트남·미국·폴란드 등에 위치한 공장 11곳에서 각각 발효조미료·김치 등을 생산 중이다. 롯데제과의 해외 공장도 21곳에 이른다.

각 사의 일등 공신은 과자부터 참치·햄 등 반찬, 식자재까지 다양했다. 동원F&B에선 동원참치(지난해 매출 5000억원)가 ‘효자’다. 농심은 신라면(9300억원), 짜파게티(2200억원), 안성탕면(1200억원) 트리오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롯데제과는 빼빼로(1400억원), 꼬깔콘(730억원), 가나초콜릿(570억원)의 반응이 좋다.

농심 미국 제2공장에서 신라면이 생산되어 나오는 모습. 사진 농심

농심 미국 제2공장에서 신라면이 생산되어 나오는 모습. 사진 농심

그러나 수익성이 낮다는 게 이들 기업의 약점이다. ‘3조 클럽’ 기업 중에선 CJ제일제당과 오뚜기의 영업이익률이 각각 5.6%, 5.8%로 업계 평균(5%)을 넘었다. 다른 6곳은 2.7~3.6%에 그쳤다.

실제로 이들은 최근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물류비·전기·가스요금 인상 등으로 이익률이 낮아졌다는 입장이다. 같은 이유로 지난해 제품 가격을 줄줄이 올리기도 했다. 일부 기업은 새해 들어서도 가격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수익성 보여주는 영업이익률 낮아…질적 성장 필요 

소비자들은 기업의 가격 인상 폭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관계자는 “기업이 원부자재가 인상 폭보다 더 많은 부담을 소비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특히나 식품 가격 인상은 물가를 올리고, 서민의 생활 고충을 키우는 주범으로 꼽힌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2021년 한국의 엥겔지수(전체 소비 지출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율)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비해 1.4%포인트 증가해 미국 등 주요국(G5국가 평균 0.9%포인트)에 비해 높게 올랐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 때문에 이들 회사가 양적→질적 성장으로 전환하려면 가격 인상 같은 ‘손쉬운 방법’에 의존하기보다 경영 효율화로 비용을 절감하되 제품 연구에 집중하고, 글로벌 시장 개척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비비고 치킨실란트로 미니 완탕 제품(왼쪽). 국내로 역수출돼 판매 중인 비비고 치킨고수만두 제품. 사진 CJ제일제당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비비고 치킨실란트로 미니 완탕 제품(왼쪽). 국내로 역수출돼 판매 중인 비비고 치킨고수만두 제품. 사진 CJ제일제당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식품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성장하려면 해외 80억 인구를 겨냥해야 한다”며 “한류 등으로 긍정적 여건이 마련된 만큼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상품 개발 등에 적극 나서 미래 성장동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 식품업계 인사는 “중국을 대표하는 술인 마오타이 제조업체의 시가 총액은 삼성전자를 넘어선다”며 “식품 산업이 부가가치가 낮은 내수 업종이란 인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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