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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대신 앱으로 불면증 고친다…국내 첫 ‘디지털 치료제’ 허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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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오유경 식약처장이 15일 국내 첫 디지털 치료기기 허가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유경 식약처장이 15일 국내 첫 디지털 치료기기 허가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이 치료제가 되는 시대가 열렸다. 국내 업체가 개발한 불면증 치료 앱이 국내 1호 디지털 치료기기로 허가받으면서다. 정부가 향후 이 앱을 신의료기술로 고시하면 일단 환자들에게 처방될 수 있다. 일단 의사 진단을 거쳐 비급여(건강보험 미적용)로 앱을 처방받게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5일 국내 업체 에임메드가 개발한 불면증 인지행동치료 소프트웨어(앱) ‘솜즈(Somzz)’를 국내 첫 디지털 치료기기로 품목 허가했다고 밝혔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장애나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는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약물이 아니라 의료기기로 분류되지만 질병을 치료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1세대 합성의약품, 2세대 바이오의약품에 이은 3세대 치료제로 불린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이 제품은 인지행동치료법을 모바일 앱으로 구현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라며 “기존 약물치료법 이외에 새로운 치료 수단을 제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전국 불면증 환자는 68만4560명(2021년 기준)이다.

통상 불면증 치료법은 비약물 치료와 약물 치료로 나뉜다. 수면제는 내성 등 부작용 위험이 큰 만큼 의료계에선 우선 잘못된 생활습관 등을 개선하는 인지행동치료를 1차 치료로 권고한다. 인지행동치료는 ▶수면평가 ▶자극조절법 ▶수면제한법 ▶수면습관교육법 ▶이완요법 등을 통해 불면증을 유발하는 심리·행동·인지적 요인들을 교정하는 걸 목표로 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급성 불면증의 경우 수면제를 단기 처방하면 수면 리듬이 바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만성적인 불면증은 수면 위생이라 불리는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극복하는 게 가장 건강한 방식이고 고통이 지속되면 수면제를 함께 사용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 제품이 상용화되면 불면증 환자는 병원에서 의사 처방 아래 스마트폰에 솜즈라는 앱을 다운받아 수면습관 교육, 실시간 피드백, 행동 중재 등 앱이 제공하는 6단계 프로그램을 6~9주간 거치게 된다. 김남수 식약처 첨단제품허가담당관은 “의사 진료 후에 인증키를 받아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뤄지는 인지행동치료는 매주 1회씩 치료 인력을 대면하는 방식으로 통상 10회 정도 진행되는데 이를 비대면으로 받게 되는 것이다.

식약처가 국내 임상시험 기관 3곳에서 6개월간 진행된 임상시험 결과를 검토한 결과 솜즈를 쓴 환자군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증상 개선이 확인됐다고 한다. 임상에 참여한 불면증 환자의 절반 정도(46%)가 솜즈를 쓴 뒤 정상군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의료 현장에선 이번 허가가 “불면증 환자의 치료 기회 확대에 크게 기여하고, 임상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 것”(김재진 대한디지털치료학회 학회장)이라고 평가했다.

향후 의료 현장에서 처방이 늘려면 정부의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단 지적도 나온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6~9주간 환자가 지속해서 쓰기 위해 환자 친화적이어야 한다”며 “환자 흥미를 계속 유발하는 방법으로 제품이 개발되게 하겠다”고 말했다. 수가(의료행위 대가)가 어느 수준으로 정해질지도 관건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이뤄지는 인지행동치료는 1회당 4만~5만원 수준으로 책정돼 있으며 6회까지 건보가 적용돼 본인부담률은 30%(외래 기준) 선이다. 이 제품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수가와 건강보험 적용(급여화) 여부, 본인부담률 등을 결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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