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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 문인 논의 물꼬 튼 국문학자 오탁번 시인 별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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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탁번 전 한국시인협회장(고려대 명예교수)이 14일 오후 9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0세. 사진 한국시인협회

오탁번 전 한국시인협회장(고려대 명예교수)이 14일 오후 9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0세. 사진 한국시인협회

월북 문인에 관한 논의가 금기시되던 시절, 문학사 최초로 월북 시인 정지용에 대한 논문을 쓴 오탁번 시인이 별세했다. 80세.

15일 한국시인협회는 고려대 명예교수이자 국문학자인 오탁번 시인이 지난 14일 오후 9시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1971년 최초의 정지용 연구 석사논문을 쓴 오탁번 전 한국시인협회장(고려대 명예교수)이 14일 오후 9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0세. 사진 한국시인협회

1971년 최초의 정지용 연구 석사논문을 쓴 오탁번 전 한국시인협회장(고려대 명예교수)이 14일 오후 9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0세. 사진 한국시인협회

충북 제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려대 영어영문학과에 다니던 1966년 동화 ‘철이와 아버지’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집필 활동을 시작했다. 이어 196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순은이 빛나는 이 아침에’가, 1969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처형의 땅’이 당선되며 ‘신춘문예 3관왕’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는 학생 신분으로 신춘문예 3관왕에 오른 데 이어 1971년에는 시인 정지용을 주제로 한 석사 논문을 발표하며 문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의 연구는 1970년대 월북 문인에 대한 논의를 촉발하며, 1980년대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는 발판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시·소설·평론 오가며 다작…“한국 문학계의 보물”

이후 육군 중위로 입대한 고인은 1974년까지 육군사관학교 국어과 교관을 지냈다. 육사를 나온 뒤에는 수도여자사범대학 국어과 조교수를 거쳐 1978년부터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강단에 섰다.

1998년 시 전문 계간 ‘시안’을 창간했고,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냈다. 시와 소설, 평론을 오가며 다작했다. 『아침의 예언』,『너무 많은 가운데 하나』,『생각나지 않는 꿈』 등의 시집과, 『처형의 땅』,『새와 십자가』, 『저녁연기』 등의 소설집을 남겼다. 평론집 『현대문학 산고』를 비롯해 『헛똑똑이의 시 읽기』등 다양한 산문집도 냈다.

한국문학작가상(1987), 동서문학상(1994), 정지용문학상(1997), 한국시인협회상(2003), 김삿갓 문학상(2010), 은관문화훈장(2010), 고산문학상 시 부문 대상(2011)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은자 시인(전 한림대 교수)과 자녀 정록(고려대 교수)·가혜씨가 있다.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은 “시와 함께 살아간, 시로 자신을 형상화한, 시로 생애를 완성한 대표적인 시인으로, 남기신 작품은 우리 문학계의 큰 보물”이라고 애도했다.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 303호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7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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