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다 가즈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가 10년 만에 물러난다. 저금리와 금융완화 정책으로 경기부양을 도모했던 ‘아베노믹스’를 뒷받침했던 인물이다. 14일 일본 정부는 새 총재로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사진) 전 일본은행 심의위원을 지명했다. 일본의 금융·통화 정책 지형도에 변화가 예고됐다.
우에다 후보자는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은 학자 출신이다. 1998년에서 2005년까지 일본은행 정책위원회 심의위원을 지냈다. 우에다 내정자가 총재로 최종 임명되려면 일본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오는 4월부터 시작되는 새 총재 임기는 5년이다. 우에다 내정자가 차기 총재가 되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첫 학자 출신 총재가 된다. 그동안은 일본은행이나 재무성(옛 대장성) 출신이 총재를 맡아 왔다.
금융 완화 정책을 고수해 ‘비둘기파’로 평가받는 구로다 총재와 달리 우에다 내정자는 ‘비둘기파’와 ‘매파’ 사이에 있는 중도파로 평가받는다. 우에다 내정자는 구로다 총재가 펼쳐온 이차원 완화 정책(양적 완화와 질적 완화를 병행하는 것)과 수익률 곡선 통제(YCC·무제한 국채 매입을 통해 10년물 국채 금리를 목표 금리에 맞추는 것) 같은 완화 정책에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가진 인물이다.
다만 우에다 내정자가 급격한 정책 변경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실제 우에다 내정자도 지난 10일 “현재 경기와 물가로 볼 때 일본은행 정책은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언론 기고에서도 성급한 금리 인상을 경계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너무 빨리 출구전략을 찾으면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질 것이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으면 시장이 실망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정책 전환과 안정의 딜레마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아줄 인물로 우에다 내정자를 발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