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10일 검찰에 다시 출석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이어 세 번째, 13일 만의 검찰 출석이다. 이 대표는 1·2차 출석 때와 달리 현역 의원이나 대규모 지지자를 동원하지 않았지만 조사에 임하기에 앞서 검찰을 집중 성토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 23분께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 포토라인에 도착했다. 검찰은 오전 9시 30분 출석을 요청했지만 이 대표는 국회에서 최고위원회를 주재를 이유로 11시 출석을 고집했다. 예고한 것보다 20분가량 늦게 도착한 셈이다. 이 대표는 준비한 입장문을 품에서 꺼낸 뒤 “검찰에 조종되는 궁박한 처지에 빠진 이들의 진술 말고 증거 하나 찾아낸 게 있습니까”라고 비판했다.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이 수령한 50억원 퇴직금이 뇌물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을 언급하며 “‘유검무죄 무검유죄’다. 이재명을 잡겠다고 쏟는 수사력의 십 분의 일 만이라도 ‘50억 클럽’ 수사에 쏟아 넣으면 이런 결과는 결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조사도 지난 출석 때 제출한 A4 33쪽 분량의 서면 진술서로 갈음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이 대표는 “제가 하는 모든 진술은 검찰의 조작과 창작의 재료가 될 것”이라며 진술 거부의사를 확인했다.
중앙지검 동문 앞에는 이날 오전 10시 무렵부터 파란색 풍선을 든 이 대표 측 지지자 200여명이 모였다. 궂은 날씨와 평일 오전 시간 출석 때문인지 참석 인원은 1000여명에 달했던 2차 출석보다는 다소 줄었다. 이 대표 측 지지자들 맞은편에서는 보수 성향 단체들이 대형 스피커로 ”이재명 구속하라”, “이재명은 범인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혼자 다녀오게 도와달라”라며 현역 의원과 지지자들의 동행 자제를 요청했다. 이 대표는 검찰청 밖에서 기다리던 지지자들을 만나 격려 인사를 했던 지난달 28일 2차 출석과 달리 이날은 차를 타고 지지자들이 모인 법원 동문을 지나 곧장 청사로 이동했다. 민주당 현역 의원들도 이날 이 대표 출석에 동행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 1·3부(부장 엄희준·강백신)는 이날 2차 조사와 마찬가지로 오전에는 위례, 오후에는 대장동 개발 관련 신문을 이어갔다. 출석에 응하지만 묵비권 행사로 조사 자체를 실질적으로 무력화하겠다는 이 대표의 전략에 맞서 검찰은 200여쪽의 질문지를 준비했다.
검찰은 정 회계사의 녹취록에 담긴 “천화동인 1호 지분 절반은 ‘걔네 것’이다”라는 김만배씨의 말 등의 정황을 토대로 천화동인 1호에 배당한 이익 중 일부가 실질적으로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 이 대표 측의 몫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앞서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중 일부를 차명으로 갖기로 약속하고 일부를 수수한 혐의로 정 전 실장과 김 전 부원장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최종 결재권자인 이 대표가 자신의 측근들과 대장동 민간 사업자가 유착해 지분 약정을 맺었다는 것을 알고도 이를 승인 또는 묵인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서면 진술서에서 “만일 제 것이라면 김씨가 천화동인 1호의 돈을 함부로 써 버릴 수 있었겠는가”라고 반박중이다.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 이익을 배임으로 보는 검찰의 시각에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검찰은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돌아갈 배당금을 1882억원으로 고정하는 바람에 대장동 일당이 총 7886억원의 부당 이득을 얻었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서면 진술서에서 “이익 배분을 비율로 하면 경기 변동 시 불안정성이 있다”라며 “2016년 사업 인가 당시 성남시 환수액은 5503억원, 민간이익은 1800억원 이하였다. 부동산값 폭등으로 개발이익이 예상보다 폭증해 민간이익이 4000억원이 됐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이 대표 소환 조사는 두 번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맡아온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넘겨받아 함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