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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조 흑자내고 적재적소 못쓴 돈은 13조…나라빚 1000조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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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정부가 나라 살림을 운영하며 9조원대 흑자를 냈다. 하지만 적재적소에 못 쓰고 남은 예산도 13조원에 육박했다. 그만큼 재정의 기회비용을 낭비했다는 의미다.

기획재정부는 10일 ‘2022 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 마감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총세입·총세출과 이월·불용액, 세목별 국세 수입 실적, 증감사유 등에 대해서다. 세금을 얼마나 모았고, 어떻게 썼는지 드러나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첫해 씀씀이를 알 수 있는 ‘가계부’ 성격이다.

마감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 수입은 395조9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344조1000억원) 대비 51조9000억원 늘었다. 세목별로 기업 실적 호조의 영향으로 법인세(103조6000억원)가 전년 대비 33조2000억원 늘었다. 법인세는 전년도(2021년) 실적에 대해 납부하는 세금이라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실적 둔화는 수입에 반영되지 않았다. 고용 증가, 경기 회복에 따라 소득세(128조7000억원)도 14조6000억원 증가했다.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지난해 고지세액(7조5000억원)은 전년보다 줄었으나 2021년 분납분이 늘어 전체 세수가 7000억원 증가했다.

세외(稅外)수입으로는 178조원을 거둬들였다. 세외수입은 지방 재정 수입 중 지방세·지방교부세·보조금 등을 제외한 도로 사용료, 과태료 등 수입을 말한다. 국세 수입에 세외수입을 더한 총세입은 573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총세출은 559조7000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62조8000억원 늘었다. 총세입에서 총세출과 이월액(5조1000억원)을 뺀 세계(歲計)잉여금은 9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나라 가계부가 흑자를 냈다는 의미다. 세계잉여금은 2014년 8000억원 규모 적자를 낸 뒤 2015년부터 8년 연속 흑자다. 세계잉여금 중 일반회계 6조원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지방교부세·교육재정교부금 정산, 공적자금 출연, 채무상환 등에 순서대로 쓴다. 특별회계 3조1000억원은 개별 법령에 따라 자체 세입 처리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흑자라서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각종 사업 예산에 다 쓰고도 남은 돈인 불용(不用)액이 12조9000억원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시절(2017~2021년) 연평균 불용액인 7조7000억원보다 5조원 이상 많다. 2014년(불용액 17조5000억원) 이후 8년 만에 최대 규모다. 불용률도 2.2%로 2018년(2.3%) 이후 가장 높았다.

불용률이 높다는 건 예산 집행의 비효율이 발생했다는 의미다. 꼭 필요한 사업이지만 예산을 편성받지 못한 사업은 기회비용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불용률은 국가 예산을 얼마나 짜임새 있게 편성하고 집행했느냐를 보는 지표”라며 “긴급하다고 꼼꼼히 따지지 않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과도하게 편성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박성주 기재부 회계결산과장은 “과거보다 지출 규모가 많이 늘어난 만큼 불용 규모도 일정 부분 자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 대응 예산 일부를 집행하지 못했고 종부세가 줄어 지방으로 내려가는 교부세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1~11월 관리재정수지는 98조원 적자를 기록해 지난해 연간 재정 적자는 1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관리재정수지란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을 뺀 수치다. 실질적인 나라 살림 상태를 보여준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가채무(중앙정부 채무)는 1045조5000억원이다. 2021년 국가채무 적자 규모(970조7000억원)를 넘어 처음 나랏빚 1000조원 시대에 진입했다.

 2019년 말(699조원)과 비교해 49.6% 증가한 수치다. 기재부가 지난해 초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당시 내놓은 2022년 말 국가채무 전망치(1037조7000억원)를 웃도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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