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표 선거가 김기현·안철수 의원 2파전으로 좁혀진 가운데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의 행보가 이목을 끌고 있다.
홍 시장을 두고 당내에서는 “이번 전당대회 국면에서 웬만한 친윤계보다 더 적극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지원 사격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 시장은 나경원 전 의원이 대표 출마를 고심하던 시기에 저격수를 자처해 연일 맹비난했다. 홍 시장은 지난달 19일 “일부 금수저 출신이 또다시 위선과 내부 흔들기로 자기 입지를 구축하려고 시도한다”며 나 전 의원의 출마 움직임을 비판했고, 같은 달 23일에는 “시류에 흔들리는 수양버들 리더십보다는 좌고우면하지 않는 굳건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 전 의원의 불출마 뒤 홍 시장의 화살은 안철수 의원을 향했다. 홍 시장은 지난 5일 페이스북에서 “대통령과 충돌하는 전당대회로 가고 있어 참 유감스럽다”며 “안 의원이 윤 대통령에 맞서 당권을 쟁취하는데 목표를 두면 정치 역정만 더 험난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7일 라디오에서는 “차기 대선 경쟁을 하는 사람이 당을 장악하면 공정한 경선이 되겠나”라며 “그런 식으로 과욕을 부려서는 안 된다”라고 안 의원을 공격했다.
홍 시장은 윤 대통령의 당무 개입 논란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암묵적으로 개입 안 하는 전당대회가 어디 있었나”라며 “대통령과 호흡이 맞는 사람이 대표가 됐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지금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실었다.
오 시장은 전당대회와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은 삼가면서 대체로 ‘로키(low-key)’로 대응하고 있다. 페이스북에 연일 전당대회 관련 글을 올리는 홍 시장과 달리 오 시장은 관련 글을 한 건도 올리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전당대회 관련 질문을 받고 “국민 전체, 특히 수도권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후보가 당선되면 바람직하다”며 “치열한 경쟁이 있기를 바란다”고 다소 원론적인 수준에서 답변했다.
다만 이 기자간담회에서 나 전 의원에게 불출마를 권유한 사실을 공개했다. 오 시장은 “나 전 의원과 전에 만났을 때 신중론을 펼치며 (출마를) 말렸다”며 “이번에 좀 쉬는 게 어떠냐고 권유했고, 불출마 뒤 나에게 전화한 나 전 의원에게 ‘현명하게 잘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특히 김기현 의원 캠프에 오 시장과 홍 시장 측 인사가 8일 나란히 합류했다. 오 시장을 보좌한 송주범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김기현 캠프 서울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고,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홍 시장을 도왔던 10여명도 김 의원 캠프에 이름을 올렸다.
여권에서는 “두 시장 모두 윤심(尹心)에 좀 더 가까이하면서 안 의원과는 거리를 두는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두 사람이 잠재적인 경쟁자인 안 의원과 섞이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당내에 뚜렷한 자기 세력이 없는 두 사람으로서는 총선 공천 등 민감한 현안이 결부된 이번 전당대회를 예민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오 시장과 홍 시장의 당면 과제는 현재 시정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라며 “중앙정부의 협조가 필수적이라 윤 대통령과 원만한 관계 유지에 신경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