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보다 '더 친윤' 홍준표, '나경원 출마' 말린 오세훈…전대 셈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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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홍준표 대구시장. 중앙포토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홍준표 대구시장. 중앙포토

국민의힘 대표 선거가 김기현·안철수 의원 2파전으로 좁혀진 가운데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의 행보가 이목을 끌고 있다.

홍 시장을 두고 당내에서는 “이번 전당대회 국면에서 웬만한 친윤계보다 더 적극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지원 사격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 시장은 나경원 전 의원이 대표 출마를 고심하던 시기에 저격수를 자처해 연일 맹비난했다. 홍 시장은 지난달 19일 “일부 금수저 출신이 또다시 위선과 내부 흔들기로 자기 입지를 구축하려고 시도한다”며 나 전 의원의 출마 움직임을 비판했고, 같은 달 23일에는 “시류에 흔들리는 수양버들 리더십보다는 좌고우면하지 않는 굳건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 전 의원의 불출마 뒤 홍 시장의 화살은 안철수 의원을 향했다. 홍 시장은 지난 5일 페이스북에서 “대통령과 충돌하는 전당대회로 가고 있어 참 유감스럽다”며 “안 의원이 윤 대통령에 맞서 당권을 쟁취하는데 목표를 두면 정치 역정만 더 험난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7일 라디오에서는 “차기 대선 경쟁을 하는 사람이 당을 장악하면 공정한 경선이 되겠나”라며 “그런 식으로 과욕을 부려서는 안 된다”라고 안 의원을 공격했다.

홍 시장은 윤 대통령의 당무 개입 논란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암묵적으로 개입 안 하는 전당대회가 어디 있었나”라며 “대통령과 호흡이 맞는 사람이 대표가 됐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지금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진행 중이던 2021년 9월 14일 대선 후보로 나선 홍준표 당시 의원이 오세훈 시장과 면담전 악수를 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진행 중이던 2021년 9월 14일 대선 후보로 나선 홍준표 당시 의원이 오세훈 시장과 면담전 악수를 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오 시장은 전당대회와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은 삼가면서 대체로 ‘로키(low-key)’로 대응하고 있다. 페이스북에 연일 전당대회 관련 글을 올리는 홍 시장과 달리 오 시장은 관련 글을 한 건도 올리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전당대회 관련 질문을 받고 “국민 전체, 특히 수도권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후보가 당선되면 바람직하다”며 “치열한 경쟁이 있기를 바란다”고 다소 원론적인 수준에서 답변했다.

다만 이 기자간담회에서 나 전 의원에게 불출마를 권유한 사실을 공개했다. 오 시장은 “나 전 의원과 전에 만났을 때 신중론을 펼치며 (출마를) 말렸다”며 “이번에 좀 쉬는 게 어떠냐고 권유했고, 불출마 뒤 나에게 전화한 나 전 의원에게 ‘현명하게 잘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특히 김기현 의원 캠프에 오 시장과 홍 시장 측 인사가 8일 나란히 합류했다. 오 시장을 보좌한 송주범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김기현 캠프 서울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고,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홍 시장을 도왔던 10여명도 김 의원 캠프에 이름을 올렸다.

7일 서울 강서구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 발표회에서 정진석 비대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 당지도부와 김기현, 안철수, 윤상현, 조경태, 천하람, 황교안 대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7일 서울 강서구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 발표회에서 정진석 비대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 당지도부와 김기현, 안철수, 윤상현, 조경태, 천하람, 황교안 대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여권에서는 “두 시장 모두 윤심(尹心)에 좀 더 가까이하면서 안 의원과는 거리를 두는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두 사람이 잠재적인 경쟁자인 안 의원과 섞이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당내에 뚜렷한 자기 세력이 없는 두 사람으로서는 총선 공천 등 민감한 현안이 결부된 이번 전당대회를 예민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오 시장과 홍 시장의 당면 과제는 현재 시정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라며 “중앙정부의 협조가 필수적이라 윤 대통령과 원만한 관계 유지에 신경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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