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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상 최대 실적 은행, 사회적 책임은 다하고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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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그래픽] 주요 금융지주 당기순이익 현황   [연합뉴스]

[그래픽] 주요 금융지주 당기순이익 현황 [연합뉴스]

기준금리 인상 덕분에 이자부문 이익 크게 늘어

‘신관치 논란’은 금융당국과 금융계 모두의 책임

예상대로 은행권이 지난해 역대 최대의 이익을 냈다. 은행권의 지난해 순이익은 ▶신한금융 4조6423억원 ▶KB금융 4조4133억원 ▶우리금융 3조1693억원 ▶하나금융 3조6257억원이었다. 수수료 등 비이자 이익은 줄었지만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부문 이익이 크게 늘어난 덕을 봤다.

고금리 부담에 서민은 힘겨운데 은행은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이자장사’를 해왔다는 따가운 시선에 금융지주사들은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 환원 정책을 내놓았다. 취약층에게 난방비를 기부하는 등 사회공헌에도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은행들이 기본급 서너 배의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수억원대 희망퇴직금을 나눠주고 있는 현실에 비춰볼 때 사회공헌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이나 사회적 압박에 밀려서 하는 게 아니라 은행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금융당국이 어제 금리인하요구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신용 상태나 상환 능력이 개선된 대출 고객이 금융사에 대출금리를 내려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2018년 말 도입됐다. 하지만 실제 이자를 깎아주는 수용률이 2022년 상반기 28.8%에 그쳤다. 결국 금융당국이 나서 월급이 오르거나 승진해 신용도가 높아진 차주(借主)에게 금융회사가 금리인하요구권이 있다는 사실을 먼저 알려주도록 했다. 은행이 기왕에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금융당국이 개입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신(新)관치’ 논란도 마찬가지다. 예금금리를 틀어막아 시장에서 5%대 고금리 예금이 사라지게 하더니 은행만 웃는다는 비판이 나오자 대출금리까지 눌렀다.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착한 관치’라지만 땜질식 처방에 다름아니다. ‘착한 관치’도 오래 자주 하면 습관이 된다.

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둘러싼 잡음도 지켜보기 불편했다. 신한금융 회장이 3연임 직전에 ‘스스로’ 물러났고, 3연임을 원했던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당국의 압박에 퇴진했다. 경제관료 출신이 NH농협금융과 우리금융 회장 자리를 차지했다. 금융지주 회장이 3연임, 4연임을 구가하며 자신만의 왕국을 만든다는 비판도 있다. 스스로 투명한 지배구조와 제대로 된 후계 프로세스를 만들지 못한 탓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은행은 공공재”라고 강조했다. 은행의 공적 책임을 부인할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는 민간 기업인 은행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흔들지 않도록 금융당국의 자제와 인내도 필요하다.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국장은 신한금융 사외이사를 자진 사퇴하며 “차기 회장 선출에 이사회가 역할을 하지 못하니 정치와 정부가 들어올 수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금융당국과 금융계 모두 새겨들어야 할 쓴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