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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대화ㆍ이미지ㆍ맥락까지 다 동원…AI가 검색 패러다임 바꾼다

중앙일보

입력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차세대 검색 패권을 두고 제대로 맞붙었다. MS의 투자를 받은 오픈 AI의 생성 인공지능(generative AI)인 챗GPT가 출시 두 달 만에 사용자 1억명을 모으며 화제몰이에 성공하자, 구글도 검색을 비롯, 지도·번역 등 핵심 서비스에 AI를 적용하겠다고 나섰다. 키워드 중심이던 검색 시장의 패러다임이 대화형 검색, 이미지 검색으로 빠르게 전환할 전망이다.

무슨 일이야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구글 신규 기능 발표하고 있는 프라바카르 라그하반 수석부사장. 유튜브 캡처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구글 신규 기능 발표하고 있는 프라바카르 라그하반 수석부사장. 유튜브 캡처

구글은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AI 기반 신규 검색 기능을 공개했다. 프라바카르 라그하반 수석부사장은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생성 AI가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정보를 다룰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6일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구글의 AI 언어모델 람다(LaMDA) 기반의 대화형 AI ‘바드(Bard)’를 개발 중이라고 밝힌지 이틀 만에 서둘러 새 기능을 공개했다.

이는 하루 전날 MS가 챗GPT와 결합한, 새로운 검색 ‘빙’을 전격 공개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두 회사가 연일 반격과 재반격을 거듭한 셈.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검색의 새로운 날이자,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밝혔다. 빙의 새 버전은 PC용부터 몇 주 안에 일반에 공개된다. 추후 모바일 빙에도 적용된다.

이게 왜 중요해  

① 검색에서 대화로: 양사가 선보인 대화형 검색의 기본 틀은 비슷하다. 검색 키워드에 따라 검색 결과가 매번 바뀌는 게 아니고, 입력한 질문에 따라 검색 AI와 이용자가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화를 나누며 답을 찾아가는 식이다. 빙은 멕시코 5일 여행 계획 요청 후 비용 계산과 일정 변경 등이 가능한 예시를 선보였고, 구글은 전기차 구입시 예산 외에도 친환경성, 운영비, 배터리 등 다양한 정보를 제시함으로써 여러 각도에서 생각하게 돕는 점을 강조했다.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새로운 빙을 발표한 사티아 나델라 CEO. 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새로운 빙을 발표한 사티아 나델라 CEO. 연합뉴스

빙은 기존 검색 결과 옆에 AI가 답변하는 채팅 창이 추가된 방식. 챗GPT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던 최신 정보 도 해결돼 사용자 평가도 긍정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IT 칼럼니스트 조애나 스턴은 “컴퓨터와 상호작용하는 방법에 큰 변화가 오고 있다”며 “빙이 내놓는 검색결과가 정말로 똑똑하다”고 평했다. 신유정 전북대 과학학과 교수는 “이젠 ‘질문’이 중요한 시대”라며 “묻는 취지는 비슷해도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AI의 답도 천차만별로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변화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본다.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의 배재경 리더는 “사람들은 검색엔진이 없을 때부터 주변에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과 대화를 통해 원하는 정보를 얻어 왔다”며 “이제는 기계가 사람 말을 알아 듣게끔 수준이 올라온 것”라고 설명했다. 배 리더는 “키워드 검색에서도 의도를 미리 예측하고 결과를 알려주는 방식도 여전히 유효한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② 텍스트에서 이미지로: 텍스트 검색과 이미지 검색(구글 렌즈)를 함께 활용해 더 정확한 답을 찾는 멀티 서치 기능도 강화된다. 구글은 지난해 미국에서 출시한 멀티서치 기능을 한국을 비롯한 모든 국가에 확대 출시한다. 라그하반 부사장은 “구글 렌즈는 제2의 키보드”라며 “한 달에 100억회 이상 사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멀티서치 기능을 강화한 ‘멀티서치 니어 미(Multisearch near me)’는 음식 사진을 찍으면 내 주변에 있는 관련 상점 정보를 확인해준다. 보고 있던 사진이나 동영상 속 사물이나 장소도 검색할 수 있다. 눈앞에 보이는 모든 정보가 검색되는 셈이다.

구글 멀티서치를 통해 이미지와 텍스트를 함께 검색하는 모습. 사진 구글

구글 멀티서치를 통해 이미지와 텍스트를 함께 검색하는 모습. 사진 구글

③ 사실에서 상황·맥락으로: 구글이 검색만큼 힘을 준 것은 번역과 지도다. 번역의 경우, 다의어나 유의어를 문맥에 맞게 제공해 정확도와 편의성을 높인다. 구글 지도도 더 똑똑해진다. 지도에 증강현실(AR) 기능과 실시간 정보가 결합된다. 구글 지도가 내장된 전기차라면 현재 차량의 충전 수준과 에너지 소비량, 교통현황을 고려해 근처 충전소를 제안해주는 식. 몰입형 뷰· 라이브 뷰 기능은 대화·이미지·맥락을 결합해 사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현재 위치 인근의 카페를 찾고 싶을 때  어떤 카페가 좋은지, 메뉴는 뭔지, 얼마나 붐비는지를 묻기도 전에 AR 정보로 눈앞에 보여주는 식.

나랑 무슨 상관인데  

구글맵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몰입형 뷰와 실내 라이브 뷰. 사진 구글

구글맵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몰입형 뷰와 실내 라이브 뷰. 사진 구글

몰입형 뷰나 라이브 뷰는 한국에선 아직 쓸 수 없다. 특히 지도 관련 서비스는 한국에 출시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국 정부가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지도 반출 요청을 거부하면서 업데이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길 찾기 등 기본 서비스도 부실한 상황.

알파벳 주가는 왜 떨어져?

구글의 ‘검색 수성’ 전략에 시장의 평가는 아직 회의적이다. 이날 파리 발표 후 알파벳(구글 모회사) 주가는 전날보다 7.7% 급락, 하루만에 시총 1000억 달러(약 127조원)가 날아갔다. 직접 원인은 챗GTP 대항마 격인 구글 바드의 검색 결과에 오류가 확인됐기 때문.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6일 구글이 공개한 바드 시연 영상 중 ‘9살 아이에게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새로운 발견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줄까’라는 질문에 대한 바드의 일부 답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바드가 ‘(제임스 웹이)최초로 태양계 외부 행성을 찍는 데 사용됐다’고 답했지만,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태양계 밖 행성을 처음 촬영한 것은 2004년 유럽남방천문대의 초거대 망원경 VLT다. 바드의 오답에 이어, 8일 구글 발표에선 시연용 스마트폰 준비를 누락하는 등 허술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날 MS의 주가 하락세는 0.3% 에 그쳤다.

앞으로 과제는

실내 라이브 뷰 등 이미지로 검색의 중심축이 옮겨가면 저작권 및 프라이버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경진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은 “건물에 대한 이미지는 물론, 상표권 문제도 있어 보인다”며 “그러나 구글이 이미 10년도 전에 ‘스트리트 뷰’ 서비스로 사생활 침해 논란을 겪었기에 문제가 될 소지를 상당히 줄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AI를 통한 검색 결과로 사고방식이 AI에 종속될 우려도 있다. AI가 내놓는 의견에 이용자의 생각과 행동이 좌우될 수 있다는 것. 김기응 KAIST AI 대학원 교수는 “정보를 종합해서 결론을 내리는 과정에서 사고력을 훈련하는데, 인간 대신 AI가 그 과정까지 하고 있다”며 “바드나 챗GPT의 답에 포함되지 않으면 오답 혹은 소수 의견으로 인식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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