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찰풍선에 "영토 주권 침해"…정부, 미국에 힘 실어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가 중국의 '정찰 풍선' 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우려를 이해하며, 미국은 국제법에 따라 자국 안보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이 전투기를 동원해 풍선을 격추하자 중국이 "과하다"며 항의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의 입장에 힘을 실은 것으로 분석된다.

4일(현지시간) 미국이 스텔스 전투기 등을 동원해 자국 영토에 진입한 중국의 '정찰 풍선'을 격추하는 모습. 미국 해군연구소 트위터 캡처. 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미국이 스텔스 전투기 등을 동원해 자국 영토에 진입한 중국의 '정찰 풍선'을 격추하는 모습. 미국 해군연구소 트위터 캡처. 연합뉴스.

외교부 당국자는 6일 중국 정찰 풍선 관련 질의에 대해 "타국의 영토주권 침해는 국제법상 절대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이 우리 정부 기본 입장"이라며 "미국의 우려를 이해하며, 미국은 국제법에 따라 자국 안보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중국에 대해선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국제사회에 투명한 방식으로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미국은 지난달 28일부터 자국 영공에서 포착됐던 중국의 정찰 풍선을 지난 4일 F-22 스텔스 전투기 등을 동원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앞바다 영공에서 격추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미국이 무력을 남용해 명백히 과잉 대응했다"며 외교 경로로 항의했다. 이 때문에 당초 예정됐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 일정도 연기되는 등 양국 갈등은 다시 격화하고 있다.

중국은 해당 풍선에 대해 "불가항력에 의해 미국 영공에 잘못 들어간 민간용 무인 비행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외교부가 이를 "영토 주권 침해"로 규정하며 "미국의 안보를 위해 필요한 조치" 등을 거론한 건 사실상 미·중의 대립 국면에서 미국 측에 분명한 힘을 실은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박진 외교부 장관도 지난 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블링컨 장관이 내게 정찰 풍선 사건에 대해 굉장히 자세히 설명했다"며 "중국은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신속하고 진정성 있게 설명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3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의 한ㆍ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앞서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누는 모습. 외교부.

박진 외교부 장관이 3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의 한ㆍ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앞서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누는 모습. 외교부.

이러한 정부의 강경한 대응의 배경에 대해선, 북한의 소형 무인기 영공 침범 사건이 일부 영향을 줬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6일 북한의 소형 무인기가 서울과 경기 북부 상공을 헤집고 돌아갔을 때 이를 '영토 주권 침해'로 규정하고 즉각 육군 군단급 무인기 '송골매'를 군사분계선(MDL) 이북으로 날려 보내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당시 송골매 투입에 대해선 유엔사가 자체 조사 후 "남북 쌍방이 정전협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하기도 했지만, 군은 지금까지 "정전협정으로 제한되지 않는 자위권 차원의 조치"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정찰 풍선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표명한 것 역시 이른바 '회색 지대 도발'에 대해 좌시해선 안 된다는 정부의 원칙적 기조를 이어가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중국 정찰 풍선은 중국에서 출발해 태평양을 건너 지난달 28일 미국 알래스카주 영공에 진입했다가 잠시 캐나다로 빠진 뒤, 지난달 31일 다시 미국 아이다호주 영공으로 들어왔다. 이어 몬태나주, 미주리주 등 미 본토 영공을 훑고 대서양에서 격추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이 평가한 중국 정찰 풍선의 고도와 우리 대공 능력 등을 고려할 때 해당 풍선은 우리 영공을 통과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해당 시기 우리 공군 레이더에 포착된 항적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