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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로로 옆엔 '기묘한 쾌락'…"남사스러워 혼났다" 말 나온 이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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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어린이용, 성인용 문화 콘텐트가 공존

보삼영화마을기념관 1층에 있는 DVD보관함. 성인영화를 1층 실내 영화관에서 볼수 있다. 김윤호 기자

보삼영화마을기념관 1층에 있는 DVD보관함. 성인영화를 1층 실내 영화관에서 볼수 있다. 김윤호 기자

보삼영화마을기념관. DVD보관함에 게임CD와 성인영화 DVD가 함께 정리돼 있다. 김윤호 기자

보삼영화마을기념관. DVD보관함에 게임CD와 성인영화 DVD가 함께 정리돼 있다. 김윤호 기자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뽀로로와 플레이스테이션·닌텐도 게임, 성인영화 포스터와 소복을 차려입은 여성 인형이 공존하는 곳이 있다. 도심 으슥한 골목에나 있을법한 뭔가 이상한 '야릇한' 곳이 아니라, 지자체가 두 차례 돈을 들여 꾸민 시골 관광시설 이야기다.

'변강쇠' '뽕' '빨간앵두'…

보삼영화마을기념관 입구에 있는 비석. 영화 씨받이와 변강쇠 포스터가 새겨져 있다. 김윤호 기자

보삼영화마을기념관 입구에 있는 비석. 영화 씨받이와 변강쇠 포스터가 새겨져 있다. 김윤호 기자

보삼영화마을기념관에 있는 모형 초가집. 여성 인형이 소복만 입고 덩그러니 앉아있다. 김윤호 기자

보삼영화마을기념관에 있는 모형 초가집. 여성 인형이 소복만 입고 덩그러니 앉아있다. 김윤호 기자

지난 2일 찾은 울산 울주군 삼동면 '보삼마을'. 울산 시내에서 차로 한시간여 시골 국도를 달려 도착한 시골 마을 입구엔 2층 건물(280여㎡)이 서 있었다. 이 마을에는 50여 가구가 살고 있다.

'보삼영화마을기념관'이라는 간판이 내걸려 있고, 건물 입구엔 '영화의 고향'이라는 비석과 함께 소복 입은 여성이 그려진 영화 '씨받이' 포스터가 각인돼 있었다. 그 옆엔 '기묘한 쾌락으로 다가오는 (옹녀)'라는 문구 등과 함께 '변강쇠' 영화 포스터도 비석에 박혀있었다.

보삼영화마을기념관은 2014년 울주군이 사업비 8억7000여만원을 들여 만들었다. 보삼마을에서 영화 '씨받이'를 비롯해 뽕·변강쇠·빨간앵두·감자 등 한국을 대표하는 유명 성인영화 7편이 촬영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기념관 1층으로 들어가자 360여장의 DVD로 채워진 보관함과 작은 영화관, 모형 초가집이 마련돼 있었다. DVD 보관함에는 아이들이 즐겨보는 각종 영화부터, 게임 CD와 함께 '뽕' '빨간 앵두' '변강쇠' '씨받이' '감자' 등 성인영화DVD가 채워져 있었다. 기념관 관계자는 "DVD를 골라서 주면 영화관에서 틀어 준다. 뽕이나 변강쇠 같은 성인영화도 볼 수 있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영화나 닌텐도 게임도 영화관에서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형 초가집 방문 열면 소복입은 여성이…

보삼영화마을기념관 앞에 있는 비석. 김윤호 기자

보삼영화마을기념관 앞에 있는 비석. 김윤호 기자

기념관 안 모형 초가집 문을 열자 방안에는 흰색 한복 소복을 차려입은 여성 인형이 방에 덩그러니 혼자 앉아있었다. 기념관 앞엔 기념엽서도 비치돼 있었다. 엽서에는 1970~80년대 초가집으로 이뤄진 아름다운 보삼마을 전경 사진 담겨 있었다.

누군가 엽서 아래에 과거 보삼마을 어디에서 변강쇠·사방지·불 등 성인영화가 촬영됐는지, 영화 속 성과 관련한 유명한 주요 장면이 어디에서 촬영됐고, 이뤄진 것인지를 표시한 흔적도 눈에 띄었다. 현재 보삼마을은 일반 주택이 들어서고 마을 앞으로는 도로가 조성된 일반적인 요즘 시골 마을로 바뀌었다.

뽕 등 성인영화 포스터와 함께 배우 이대근씨 등 유명 영화배우 사진이 내걸린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자, 뽀로로 같은 아이들 장난감과 블루마블 등 30여 가지 보드게임, 청소년들이 볼만한 만화책 등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남사스러워서 혼이 났다"

보삼마을에 있는 보삼영화마을기념관. 김윤호 기자

보삼마을에 있는 보삼영화마을기념관. 김윤호 기자

보삼영화마을기념관에 있는 보드게임. 김윤호 기자

보삼영화마을기념관에 있는 보드게임. 김윤호 기자

가족 단위로 돗자리를 깔고, 간식을 즐길만한 야외테라스도 보였다. 울주군에서 만난 한 울산 남구에 산다는 한 40대 주부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보드게임에 만화영화도 볼 수 있다고 해서 기념관을 찾아갔었다. 그런데 솔직히 '남사스러워' 혼이 났다"면서 "6살짜리 아이가 '씨받이'가 뭐냐고 묻고, '뽕'이 무슨 뜻이냐고 묻더라. 한복 입은 아줌마가 왜 가슴을 풀어헤치고 앉아있냐고 해서 아이를 차 안에 잠시 두고, 슬쩍 들어갔다가 나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2014년 시설 만들고, 2021년 콘텐트 추가 

보삼마을에 있는 보삼영화마을기념관. 김윤호 기자

보삼마을에 있는 보삼영화마을기념관. 김윤호 기자

'성인영화 기념관'엔 세월이 지나면서 관람객 발길이 끊어지기 시작했다. 접근성이 떨어지고 볼 만한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루 10명도 안 찾을 때가 있었다고 한다.

이에 울주군은 주민 의견을 들었다. 그 결과 2020년말 4000여만원을 들여 기존 전시관 기능에 문화와 놀이 공간을 추가했다.

"방문객 늘어, 잘 관리해 나가겠다" 
울주군 관계자는 "콘텐트가 추가되면서 보삼영화마을기념관 방문객이 2021년 1597명에서 지난해 2991명으로 늘었고, 이용객 만족도 설문조사에서도 87% 이상이 매우 만족한다는 반응이 있었다"며 "물론 아쉽다는 의견도 있지만, 영화 관련 관광시설로 앞으로도 잘 관리해 나갈 방침이다"고 말했다.

보삼마을에 있는 보삼영화마을기념관. 김윤호 기자

보삼마을에 있는 보삼영화마을기념관. 김윤호 기자

보삼영화마을기념관 전경. 김윤호 기자

보삼영화마을기념관 전경.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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