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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서해 상공서 연합훈련…북·중 동시압박 노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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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국방부는 한·미 국방장관회담 다음날인 지난 1일 한·미 공군이 서해상에서 새해 첫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했다며 사진을 2일 공개했다. 훈련에는 한국의 스텔스 전투기 F-35A와 미 공군의 B-1B 랜서 전략폭격기, F-22·F-35B 스텔스 전투기 등이 참가했다. [사진 국방부]

국방부는 한·미 국방장관회담 다음날인 지난 1일 한·미 공군이 서해상에서 새해 첫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했다며 사진을 2일 공개했다. 훈련에는 한국의 스텔스 전투기 F-35A와 미 공군의 B-1B 랜서 전략폭격기, F-22·F-35B 스텔스 전투기 등이 참가했다. [사진 국방부]

한·미가 국방장관회담에서 전략자산 전개 확대 등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를 선언한 지 하루만인 지난 1일 연합공중훈련을 했다. 북한은 2일 “미국의 그 어떤 군사적 기도에도 초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맞섰다.

올해 첫 연합공중훈련에 미측은 F-22, F-35B 등 5세대 전투기와 B-1B 전략폭격기, 한국측은 F-35A 전투기가 각각 참가했다. 지난 31일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로이드 오스틴 장관이 “전략자산을 더 많이 전개할 것”이라는 발언 그대로였다.

특이한 점은 훈련 장소가 과거 주로 훈련을 했던 동해 또는 제주 남쪽 상공이 아니라 서해 상공이라는 점이다. 한·미는 훈련 실시 사실도 즉각 공개했다. 서해 연합훈련은 과거에도 드물게 실시됐지만 이 경우 군 당국은 장소를 명시하지 않은 채 훈련 사실만 공개했다. 지난해 11월 북한 도발이 한창이던 시기 B-1B가 서해 훈련에 나섰을 때 장소는 비공개였다.

이들 전략자산이 서해로 향한 배경에 대해선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해 11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최악 행동을 그만두도록 건설적인 역할을 하는 게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며 “북한이 그 길을 계속 간다면 역내에서 미국의 군사·안보적 현시(military and security presence)를 더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과거 사실상 내해(內海)라고 주장하는 서해에 미 전략자산이 등장할 때 중국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2010년 3월 북한의 천안함 피격에 이어 11월 연평도 포격 사건이 벌어지자 미국은 핵추진 항공모함인 조지워싱턴함을 서해로 들여보냈다. 당시 다이빙궈(戴秉国) 중국 국무위원은 급히 중재자 역할에 나서 긴급 방한 후 방북,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도발 중단을 경고한 적이 있다. 한반도 전쟁 발발시 중국의 불개입 입장까지 비치면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조만간 방중하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나서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반발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담화에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의 발언을 거론하며 “‘핵에는 핵으로, 정면 대결에는 정면 대결로!’라는 원칙에 따라 초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변인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가장 압도적인 핵 역량으로 현재와 미래의 잠재적인 도전들을 강력히 통제 관리해나갈 것”이라며 “미국이 전략자산들을 계속 들이미는 경우 우리는 그 성격에 따라 어김없이 해당한 견제 활동을 더욱 명백하게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이런 북한의 비판에 대해 “우리는 역내 연합훈련이 북한에 대한 도발이 된다는 생각을 거부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북한이 담화에서 ‘정면 대결’을 거론한 만큼 도발은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2월 8일은 인민군 창건 75주년이고, 위성에서 보면 현재 북한 평양 순안공항과 미림비행장 북쪽 열병식 훈련장에는 수만 명의 병력과 각종 무기들이 집결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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