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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세계 성장률 전망 높이면서 한국은 세 차례나 낮췄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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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 경제기구가 최근 몇달 새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IMF는 31일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1.7%로 전망했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성장률 전망치(2.0%)에서 0.3%포인트 끌어내렸다. 지난해 7월 전망 때도 올해 성장률을 2.9%에서 2.1%로, 10월엔 2.1%에서 2.0%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한국 경제 성장률을 세 차례 연속 내린 셈이다. 반면 주요 30개국을 대상으로 한 세계 경제 성장률은 기존 2.7%에서 2.9%로 0.2%포인트 올렸다. 특히 IMF는 일본의 성장률은 1.8%로 0.2%포인트 올렸는데, IMF의 예상대로라면 한국의 성장률이 일본에 뒤처지는 것은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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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뿐 아니라 다른 국내·외 경제기관도 최근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낮추고 있다. 경제는 심리인 만큼 비관론이 힘을 얻을수록 소비·투자가 위축돼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OECD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9월 2.2%에서 같은 해 11월 1.8%로 하향 전망했다. 반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2%를 유지했다.

OECD는 당시 한국 경제 전망 보고서 부제를 ‘역풍에 직면하다’(The economy faces headwinds)로 달았다. 평가의 첫 문장은 “성장 동력을 잃었다”로 시작한다. 구체적으로 “물가 상승과 고금리의 영향으로 성장 흐름이 약해질 것”이라며 “부채 상환 부담이 늘어 집값 조정, 기업 부실 위험 등이 민간 소비와 투자를 둔화시키고 수출도 반도체 경기 하강과 글로벌 수요 위축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기관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한국 경제 성장률을 기존 2.1%에서 1.7%로 내렸다. 2월 중 발표할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하향할 것도 확실시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달여간 여러 지표를 볼 때 올해 성장률이 낮아질 가능성이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최근 전망이 줄줄이 하향한 건 당초 예상보다 한국 경제가 부진해서다. 단적으로 지난해 4분기 경제가 전기 대비 0.4% 마이너스 성장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산업 생산은 전월보다 1.6% 감소했다. 코로나19가 닥쳤던 2020년 2분기(-3%) 이후 2년 6개월 만에 역성장이다. 지난해 12월 설비투자도 전월보다 7.1% 많이 감소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수출 위주 경제 구조라 글로벌 경기 하락에 유독 취약하고, 가계부채 비율이 높아 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 위축 영향도 크다”며 “특히 최근엔 반도체 경기가 하강한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성장률이 2%에 미치지 못한 건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0.7%),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0.8%), IMF 외환위기를 맞은 1998년(-5.1%), 2차 오일쇼크가 터진 1980년(-1.6%)을 제외하고 없는 만큼 1%대 성장을 내다본 것 자체가 위험 신호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어려움을 겪다 바닥을 찍고, 하반기부터 반등하는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에 기대고 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지난해 다락같이 오른 물가나 금리 등 영향이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상반기까지 어려움을 겪다 하반기 나아질 것”이라며 “중국 경기 활성화와 반도체 업황 개선이 반등의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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