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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누나들한테 치일까 걱정"…어린이집·유치원 통합 후폭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유보통합 추진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유보통합 추진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5년까지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합치는 ‘유보통합’ 추진방안을 두고 교육 현장에서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30일 교육부는 보건복지부, 국무조정실 등과 ‘유보통합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영유아의 교육과 돌봄을 담당할 새로운 통합기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반응을 보인다. 일부 학부모들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간의 차별 해소를 위한 유보통합이 오히려 선택권을 좁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만 5세 자녀를 둔 A씨는 “보육 중심의 과정이 좋아서 계속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데 선택권이 없어지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만 2세 자녀가 있는 B씨는 “갓난아기와 유아는 차이가 크다. 큰 애들한테 치일까 봐 키즈카페도 못 가는데 걱정부터 된다”고 말했다.

통합기관이 영아 돌봄에 치중돼 교육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 11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유보통합 반대 청원에는 31일까지 2만6000명이 동의했다.

반면, 유보통합에 찬성하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 만 1세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C씨는 “곧 유치원을 보내야 하는데 국공립 유치원은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국공립 유치원을 늘려준다면 좋겠지만, 유보통합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만 6세 자녀를 병설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D씨는 “보육교사들의 처우가 개선되면 보육의 질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돌봄 분리돼야” vs “통합해야 개선 가능”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 유치원 교사들이 유보통합 반대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 유치원 교사들이 유보통합 반대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계는 교사의 자격 문제를 두고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양새다. 두 기관의 교사 자격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유치원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3년제 전문대 또는 4년제 일반대 유아교육과를 졸업해야 하며, 국공립 유치원 교사의 경우 임용고시에 합격해야 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공립 유치원 교원 임용시험 경쟁률은 21.7대 1에 달했다.

23년 차 유치원 교사인 박미경(47)씨도 사립 유치원에서 8년간 근무하다가 임용고시에 합격해 국공립유치원 교사가 된 경우다. 박씨는 “보육교사와 유치원 교사는 교육도 다르고 전문성도 다르다. 단순한 재교육만으로 통합이 가능할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일부 사립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들은 교사들의 처우 개선과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유보통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위성순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 회장은 “이미 누리과정으로 3~5세의 교육과정이 통합됐다”며 “어린이집 교사의 상당수가 유치원교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부모·교사 반발에도 유보통합 속도 내는 이유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일부 학부모와 교사들의 반발에도 정부가 유보통합 추진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저출산 위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현재의 이원화 체제에서는 교육·돌봄의 여건이 달라 기관 선택의 차이가 아동의 발달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공립유치원 교사들도 통합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학부모들 사이에선 상대적으로 학비 부담이 적은 국공립유치원의 선호도가 높지만, 학령인구가 급감하며 국공립유치원마저 원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공립 유치원 교사는 “어른들의 사정으로 아이들이 받는 교육에 차별이 생기는 건 안타까운 일”이라며 “관리 체제를 통합하는 것엔 찬성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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